중국이 유럽 국가들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망신을 당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이 거세지자 주변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유럽을 공략하는 ‘고변공구(固邊攻歐) 외교’를 펼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폐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중국에서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길 바란다
마스 장관은 “홍콩보안법에 대한 우리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중국에서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은 왕이 부장의 유럽 5개국 순방 마지막 날이었다.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을 방문했는데 노르웨이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홍콩보안법에 우려를 표하거나 철회를 요구했다.
중국에 대한 마스 장관의 공개 질책은 홍콩보안법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홍콩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격) 선거 연기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방해 받지 않고 신속하게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고 했다. 당초 이달 예정됐던 홍콩 선거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1년 뒤로 미뤄졌는데, 홍콩 야당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선거를 불법 연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도 언급됐다. 마스 장관은 “유엔 독립 감시단이 (위구르족 주민들이 대거 감금돼 있다고 알려진) 수용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코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놓고 전날 왕이 부장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던 발언에 대해서는 “협박하지 말라”고 면전에서 비판했다.
SCMP는 왕이 부장이 “홍콩이든 신장이든 모두 중국 내정 문제에 해당하며, 우리는 어떤 외세의 개입도 원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수세적인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왕이 부장의 유럽 순방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인물들은 역설적으로 홍콩의 민주화 인사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왕이 부장이 방문하는 곳을 따라다니며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국양제(一國兩制)
일국양제는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을 당시, 중국이 2047년까지 50년간 홍콩 체제를 인정하기로 약속하면서 내놓은 정책이다. ‘하나의 국가, 두 체제’라는 뜻이다. 이 정책에 따라 홍콩은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를 따르지 않고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했으나, 지난 7월 1일 반중 민주 세력을 겨냥한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일국양제가 훼손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국양제를 거부하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6월 30일 홍콩보안법 제정을 두고 “일국양제는 애초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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