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들이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 백신 개발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제약사들이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 백신 개발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백신 개발 업체들이 오는 11월 대선 전에 코로나 예방 백신을 내놓으려고 속도를 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설 전망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현지 시각)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 모더나 등 백신 개발사들이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되기 전까지는 정부 승인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동 서약 초안을 마련, 이번 주 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제약사들이 자신들이 시장에 내놓을 의약품에 대해 미리 신중론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화이자 등은 서약 초안에서 “안전과 백신 접종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임상시험과 제조 공정에서 과학·윤리적 기준을 높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한 코로나 백신에 대해 최근 수만 명을 대상으로 최종(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으며, 트럼프 정부는 입도선매식 계약을 통해 이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3상 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잠정 결과를 얻는 데만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에 서둘러 백신을 내놓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백신 개발을 서두르는 트럼프 정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일 50주에 “10월 말, 늦어도 11월 1일까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준비하라”고 통보, 대선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백신을 밀어붙인다는 우려를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4일 백악관 회견에서 “백신이 10월 중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방역 전문가들도 조기 백신 개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 원장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등 핵심 관료들은 “10월까지 백신이 나오기는 무리”라고 했다. 백악관 백신개발단 ‘초고속(Warp Speed) 작전’을 이끄는 몬세프 슬라우이 수석 고문은 “내가 인정하지 않는 백신이 긴급사용 허가될 경우 사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