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통일전선부가 25일 우리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밝힌 사건 경위는 그동안 정부가 밝힌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북한은 A씨에 대한 사살을 인정하면서도 “단속 정장(艇長)의 결심”이었다며 ‘상부’의 개입을 부정했다. 또 공무원 A씨가 도주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단속 과정에서 우발적 요소들이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또 시신은 소각한 것이 아니라 바다로 빠진 것이며, 부유물을 태웠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들은 우리 측이 그동안 정보 자산 등을 통해서 파악한 정황들과 상당 부분 차이가 있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北 “사살” 인정하면서도 “부유물 태워” 주장
북측은 이날 통지문을 통해 공무원 A씨를 총으로 사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신은 물에 빠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북측은 A씨를 단속 도중 사살하게 되었다며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하여 확인 수색하였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되었다”고 했다. 이어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앞서 우리 정부는 만 하루 이상 바다에서 표류해 기진맥진한 상태인 A씨를 북측이 22일 오후 3시 30분쯤 발견해 6시간 동안 잡아두면서 상부의 지시를 받은 뒤인 당일 오후 9시 40분쯤 사살했다고 밝혔다. 또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워 오후 10시 11분에는 열상 감시 장비에 불꽃이 포착됐다고 했다.
북측이 ‘시신은 물에 빠지고 부유물을 태웠다’고 주장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 위에서 부유물을 태웠다면 열상장비에 불꽃이 포착될 정도의 기간 동안 소각이 지속됐을지는 의문이다. 또 우리 측은 북측이 6시간 동안 A씨를 잡아뒀던 도중에 A씨를 놓쳐서 2시간 정도는 다시 찾았다고까지 밝혔다. 우리 군은 북측이 A씨를 밧줄로 묶어서 이송하다가 도중에 줄이 끊겨 다시 실종돼 찾아나섰다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측의 설명에는 이 같은 추가 정황은 담겨 있지 않다.
◇정부는 ‘자진월북 정황’ 北은 ‘우연히 표류인 듯'
북측은 A씨가 자진월북이 아니라 우연히 표류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A씨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서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했다”,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했다. A씨가 자진월북하려 했다면 굳이 도망치려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측은 A씨가 자진월북을 하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설명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A씨의 유족 측도 “A씨가 자진월북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하고 있다.
◇김정은은 “대단히 미안” 北통전부는 “대결적 표현에 유감”
북측은 이번 사건을 설명하면서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 “사건 경위를 조사한데 의하면”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는 관여하지 않았음을 주장했다. 또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하였다”면서 현장 지휘관의 판단과 규정에 따른 대응이었음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측은 정보자산 감시 등을 통해서 북측이 A씨를 6시간동안 붙잡고 있다가 상부의 지시를 받고 사살했다는 정보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측은 통지문을 통해서는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측이 북측 해상에서 발생한 상황의 특성상 우리 측에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설명하면서 오히려 책임을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북측은 김 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다” “커다란 실망감을 안겼다”면서 사건의 책임에 대해서는 시인하고 사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한국 내 급속한 여론 악화를 우려해 한 손으로 ‘화해’를 내밀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우리 측에 책임을 돌리며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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