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호건(오른쪽) 미국 메릴랜드주지사가 5일(현지 시각)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밀러 상원빌딩에서 열린‘태권도의 날’선포 기념식에 참석해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래리 호건(오른쪽) 미국 메릴랜드주지사가 지난 2016년 4월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밀러 상원빌딩에서 열린 '태권도의 날' 선포 기념식에 참석해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메릴랜드 주지사실 제공

한국계 부인을 둬 ‘한국의 사위’를 자청하는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가 올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안찍었다"고 밝혔다. 여당인 공화당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공개 반기를 든 것이다.

호건 지사는 16일(현지시각)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난주 우편투표를 이미 했다고 밝히면서 “올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 용지에 미국 보수의 우상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름을 쓰고 “레이건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호건 지사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모두 지지할 수 없어서, 메릴랜드주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자신의 아버지 로렌스 호건의 이름을 적고 투표했다고 WP는 전했다. 호건 지사는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을 대선 전까지 마치려는 공화당의 계획도 반대하고 있다.

래리 호건(오른쪽) 메릴랜드 주지사와 그의 한국인 부인 유미 호건 여사. /트위터 캡처
래리 호건(오른쪽) 메릴랜드 주지사와 그의 한국인 부인 유미 호건 여사. /트위터 캡처

호건 주지사는 지난 2004년 한국계 유미 호건(한국명 김유미) 여사와 결혼해 한국의 사위로 불린다. 그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충돌해왔다.

호건 주지사는 지난 7월 WP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올 2월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모임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사람들은 끔찍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건 주지사가 지난 4월 한국에서 코로나 진단키트를 긴급 수입하자 돈을 낭비했다는 취지로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 브리핑에서 “호건 주지사는 한국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며 “(코로나 대응 총책임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먼저 연락했다면 검사기구 확보에 필요한 돈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중도진영의 차기 대선후보군의 하나로 꼽힌다. 메릴랜드주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이지만, 공화당 간판으로 재선에 성공했고 메릴래드의 여론조사 지지율도 항상 70%를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가우처대학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릴랜드 주민들의 82%가 호건 주지사의 코로나 대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와 달리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강조해왔다. 반면 메릴랜드에서 트럼프를 호의적으로 생각한다는 사람의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