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는 한국이 주도해야”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밴쿠버 협의회(회장 정기봉)가 한반도 안보분야의 전문가 3명과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평화통일포럼에서 정기봉 회장이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미국 대사, 빅터 차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다.

지난 11일 민주평통 덴버협의회가 주최한 ‘평화통일포럼’에는 캐슬린 스티븐스(Stephens) 전 주한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힐(Hill) 전 주한미국 대사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인 빅터 차(Cha)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 전망에 대해 토론했다.

그리고 민주평통 밴쿠버 협의회의 정기봉 회장은 이번 포럼 질의응답 시간에 3명의 패널들에게 “북한·미국 혹은 한국·미국이 따로 만나면 늘 같은 얘기가 반복되고 평화에 대한 진전이 없다”고 지적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이 주도해 다국적 회의체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문을 던졌다.

이에 힐 전 대사는 “다국적 회의체를 북한이 원할지와 협상의 진행 속도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고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겠지만, 충분히 건설적 제안이며 중국이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고, 차 교수는 “다자주의라는 아이디어에 공감한다”며 “과거에 6자 회담 형식이 유용했던 것은 무수히 다양한 부수적 회담으로 다변화된 접촉을 진행했기 때문이며, 이는 진정한 외교의 진수”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티븐스 전 대사는 “이런 아이디어는 시의적절하다”며 “외교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미국 혼자가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힐 전 대사는 25년 전 보스니아 협상에 대해 회상하며, 이 협상 당시 미국 대사가 문을 잠그고 협상 타결까지 아무도 못 나간다고 선포해 열심히 협상을 진행한 결과, 러시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 모두가 협조해 협상을 타결했던 일에 대해서 언급했다.

정기봉 회장은 두 번째 질문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척이 없는 가운데, 한반도 일부에 대한 단계적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어떤지 패널들에게 물어봤다. 예컨대 과거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지구를 미국과 UN이 승인했던 것처럼 한반도의 1/3만 종전에 포함되었다가 몇 년 후 확대하는 방식이라고 정 회장은 덧붙였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한반도의 1/3만 평화지구가 된다는 아이디어는 들은 적이 없지만 흥미롭다”면서 “종전선언, 평화체제, 평화조약 등의 아이디어는 2005년부터 들어있던 개념들이고, 미국은 대선을 앞둔 가운데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고, 힐 대사는 “미국은 종전선언에 반대한 적이 없지만, 이 모든 논의는 북한이 비핵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포럼 참석 후 정 회장은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외교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해외에 있는 비공식 외교관의 임무가 중요하고, 이와 같은 노력이 국력이 성장해 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 회장은 “문제가 있을 때만 찾아가서 외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생활하는 비공식 외교관들이 현지 전문가들과 오랜 관계를 쌓으며 소통을 해야 외교도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이라며 공공외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한편, 민주평통 밴쿠버협의회는 최근 사무실을 새롭게 여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열심히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 민주평통 밴쿠버협의회 정기봉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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