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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조던·나훈아도 돌아왔다··· 코로나가 불붙인 ‘뉴트로’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12-12 15:00

향수의 시대, 황제의 귀환

‘핵주먹’이 링으로 돌아왔다. 은퇴 15년 만이다. 1980~90년대 헤비급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54)이 로이 존스 주니어(51)와 지난달 28일 이벤트 경기를 벌였다. 코로나 사태 속에 무(無)관중으로 펼쳐진 전설과 전설의 대결이었다. 싱거운 무승부로 끝났지만 흥행에는 성공했다. 미국에선 49.99달러를 지불하고 보는 페이퍼뷰(PPV·유료 시청) 방식이었는데 타이슨은 대전료로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받았다.

미국 HBO는 다음 달에 다큐멘터리 ‘타이거’를 방영한다.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45)의 성공과 추락, 컴백을 다룬 2부작. 세계가 다 아는 성추문의 상대 여성까지 등장해 침묵을 깬다고 해서 관심을 끈다. 영국 BBC는 지난달 별세한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의 인생 경기(1986년 월드컵 잉글랜드전)를 온라인으로 보여줬다. ‘신의 손’ 논란은 물론 60m 폭풍 질주로 완성한 세기의 골에 대중이 열광했다.

국내에서는 트로트 황제 나훈아가 15년 만에 방송에 출연했다. 코로나 시대에도 오락은 필요하다. 지난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에 대한 10부작 다큐 ‘라스트 댄스’가 인기를 모은 것과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리는 안전하고 지속적인 오락을 위해 재방송이 만연한 ‘향수(鄕愁·nostalgia)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는 불안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 반작용으로 확고부동하고 친숙한 옛날 영웅들에게 매달린다는 것이다.

◇과거를 그대로 가져와도 상품

근년에는 새로운 복고, 뉴트로(New-tro)가 유행 중이다. 젊은 세대가 이끈 뉴트로는 단순히 지난날의 향수에 호소하는 트렌드가 아니다. 10대부터 30대는 과거에서 색다른 재미를 찾아냈다. 돌아온 옛날 소주 ‘진로이즈백’이 품귀 현상을 빚었고 ‘상회’ ‘옥’처럼 복고풍 이름을 가진 상표 출원이 늘어났다. 10년 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 다시 인기를 끌고 가수 양준일 등은 유튜브에서 수십 년 전 음악방송을 스트리밍해주는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재조명됐다. 방탄소년단(BTS) 신곡 ‘다이너마이트’는 1980년대 디스코풍이다.

코로나로 힘겹지만 오락을 멈출 수는 없다. 극작가 이수진씨는 “부족한 콘텐츠를 과거에서 길어오는 것은 낯익은 모습이지만 이젠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세계적으로 단숨에 뿌릴 수 있는 매체가 생겼다”며 “과거를 재해석하지 않고 그때 그 사람을 그대로 가져와도 괜찮은 상품이 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은퇴한 마이크 타이슨, 마이클 조던은 코로나 탓에 갑자기 소환돼 젊은 층을 만났다. 그 과거는 생각보다 후지지 않다. 이수진씨는 “요즘 2030세대는 배꼽티와 찢어진 청바지에 센 언니 많던 1990년대를 흥미롭게 발견하고 있다”며 “나이키가 에어조던을 상품으로 리메이크(remake)한 다음 그 주인공인 마이클 조던이 등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추석에 방영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시청률이 30%에 육박했다. “세대를 천하통일했다”는 평을 받으며 지금도 ‘테스형’이 회자되고 있다.

15년 만에 방송 무대에 선 트로트 황제 나훈아. 그가 부른 '테스형'은 한때 멜론 차트를 싹쓸이했다. /KBS
15년 만에 방송 무대에 선 트로트 황제 나훈아. 그가 부른 '테스형'은 한때 멜론 차트를 싹쓸이했다. /KBS


◇이 또한 현재의 발명품

코로나 이후 미래보다 과거에 지갑을 여는 사람이 늘어났다. 중·장년은 환호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익숙한 것이 피난처가 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재미있고 놀랍다면 OK”다. 노인은 나훈아를 보고 ‘저 사람은 아직 늙지 않았구나’ 생각하고 청년은 ‘멋있다’고 경탄한다. 그것이 비즈니스 공간을 창출한다. 가수 박진영은 지난여름 원더걸스 선미와 함께 ‘When We Disco’를 발표하고 뉴트로 행보를 보였다.

‘레트로토피아(Retrotopia)’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꿈을 바탕으로 유토피아에 판돈을 걸었다면, 지금은 그런 집단적 프로젝트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과거의 좋은 시절에 대한 기억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폴란드 출신 영국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만든 개념이다.

‘레트로토피아’는 유토피아만큼 허구적이지만 둘 다 현재의 발명품이다. 정일준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타이슨과 조던 등의 복귀에 대해 “21세기에 등장한 키워드 세 가지는 세계화와 소비, 디지털화”라며 “대중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사용하면서 노스탤지어도 클릭 한두 번에 살 수 있는 ‘값비싼 상품’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타이슨의 복귀 무대가 흥행하자 에반더 홀리필드(58)가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타이슨에게 귀를 물어뜯긴 전 헤비급 통합 챔피언. 1990년대 그와 벌인 두 맞대결에서 모두 이긴 홀리필드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The world is waiting). 나는 준비가 됐고 나머지는 너에게 달렸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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