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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스카스상의 푸스카스는 누구?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12-17 19:10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 같았던 ‘악마의 왼발'


손흥민(28·토트넘)이 2019-2020시즌 번리를 상대로 뽑아낸 ’70m 원더골'로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을 받았다. 그는 18일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열린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2020’에서 수상자로 결정됐다.

푸스카스상은 대회와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한 해 동안 축구 경기에서 나온 최고의 골에 주어지는 상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009년), 네이마르(2011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2013년), 모하메드 살라(2018년) 등 수상자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푸스카스상은 헝가리 축구의 전설로 ‘매직 마자르’를 이끈 페렌츠 푸스카스(1927~2006)의 이름을 따서 2009년 제정한 상이다. 화려했던 헝가리의 전성시대를 이끈 전설적인 선수다. 통산 706골로 역대 축구 선수 중 6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악마의 왼발’이라 불릴 정도로 극단적으로 왼발만 쓰는 선수였다.

푸스카스가 헝가리 대표팀에서 뛰던 시절 헝가리는 세계 최강으로 통했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푸스카스의 헝가리는 유고슬라비아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푸스카스는 4골을 넣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을 앞두고도 헝가리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예상대로 헝가리는 승승장구했다. 조별리그에서 헝가리는 푸스카스의 2골 활약에 힘입어 홍덕영 골키퍼가 버틴 한국을 9대0으로 대파했다. 홍덕영 선생은 “푸스카스가 찬 공은 마치 대포알 같아서 막으면 갈비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느낄 정도였다. 크로스바에 공이 맞으면 골대가 한참 동안 흔들렸다”고 회고했다.

푸스카스는 부상으로 8강과 4강전에 뛰지 못했지만, 헝가리는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서독. 헝가리가 이미 조별리그에서 8대3으로 손쉽게 제압한 상대라 모두 헝가리의 우승을 점쳤다.

예상대로 헝가리가 두 골을 먼저 넣으며 앞서갔다. 하지만 서독은 기적적으로 세 골을 뽑아내며 3대2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는 ‘베른의 기적’으로 불리며 축구 역사상 최대 이변 중 하나로 남았다.

헝가리 선수들은 “서독 선수들의 눈이 풀려 있었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서독 대표팀 선수들이 하프타임 때 각성제의 일종인 암페타민을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엔 금지약물 제도가 없었다.

헝가리는 4년 뒤인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 설욕을 다짐했지만, 1956년 헝가리 혁명이 일어났다. 당시 소련군의 무자비한 진압 속에서 푸스카스는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매직 마자르’가 붕괴되는 순간이었다.

푸스카스는 스페인 대표팀으로 1962년 칠레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스페인은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그는 헝가리 대표팀으로 85경기 출전 84골, 스페인 대표팀으로는 4경기 출전에 득점은 없었다.

푸스카스는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기도 했다. 또 다른 전설인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황금 투톱’을 이뤘다. 1958년부터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1960년 유러피언컵 결승에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4골을 퍼부으며 7대3 승리에 앞장섰다.

1965-66시즌 유러피언컵 2라운드에선 페예노르트를 상대로 4골을 넣기도 했다. 푸스카스는 1966년 유러피언컵 우승 후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그가 있는 동안 레알 마드리드는 라 리가에서 5연속 우승을 했고, 유러피언컵 정상에 세 번 올랐다.

지도자로 변신한 푸스카스는 1970년 그리스의 파나시나이코스 지휘봉을 잡고 팀을 유러피언컵 결승에 올려놓았다. 그리스 클럽 역사상 첫 유러피언컵 결승 진출. 하지만 요한 크루이프가 활약한 아약스에 0대2로 패했다. 푸스카스는 1993년 헝가리 대표팀을 1년간 맡은 이후로 축구계에서 은퇴했다.

푸스카스는 지금도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름이다. 무시무시한 득점력 외에도 드리블과 연계 능력도 탁월했다. ‘헝가리 혁명’만 없었다면 축구 역사는 헝가리 중심으로 계속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발로 공을 앞으로 끌었다가 뒤로 빼는 기술인 ‘드래그 백’의 창시자로도 유명하다. 푸스카스는 1953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전에서 드래그 백으로 상대를 농락한 뒤 골망을 갈랐다. 6대3으로 헝가리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대파한 경기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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