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과 악어풍자물
브라질 대통령과 악어풍자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백신을 맞고 악어로 변할 수도 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하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비난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표적인 마스크·백신 무용론자다.

AFP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각)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화이자는 계약서에 ‘부작용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만약 백신을 맞고 악어로 변한다면, 그건 여러분이 책임질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을 맞고 당신이 초인(superhuman)이 된대도, 만약 여성인데 수염이 막 자라나거나, 남성인데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고 해도 제약회사들은 (그런 부작용과)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사람 몸에 악어를 합성한 사진이나, ‘죽느니 악어가 되는 게 낫다'는 풍자물이 공유되기도 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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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 백신은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접종을 시작했다. 브라질에서는 의약품 규제 기관인 안비자(ANVISA)의 승인을 받기 위한 평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안비자가 백신을 승인하면 원하는 모든 사람이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내가 나쁜 예를 든다고 말한다. 그런 바보들에게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미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됐고 항체도 가지고 있는데 왜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7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3주가량 치료를 받고 회복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통상 재감염될 수 있는 것인지, 또 한 차례 완치된 후 면역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으나 전 세계에 걸쳐 공식 인정된 재감염 사례가 6차례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 확산 초기 심각성을 무시해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지난 5월 코로나 바이러스를 “약한 독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7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는 기자회견 도중에는 자신이 건강하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따봉’ 포즈를 취해 논란을 빚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10월 초 트위터에 “예방접종은 우리 개한테나 필요하다”고도 했다.

19일(현지 시각)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 브라질에서는 지금까지 721만315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8만6356명이 사망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코로나로 숨진 미국(32만3404명) 다음으로 사망자 수가 많다.

김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