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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건배할 사람이 없다오” 94세 어르신 전화에 경찰 출동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12-27 11:04

코로나 크리스마스의 온정

크리스마스인 25일(현지 시각) 오전 이탈리아 볼로냐 외곽 베르가토에 있는 무장경찰대(Carabinieri) 중앙작전센터 전화벨이 울렸다. 당직병이 수화기를 들자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말라볼티 피오렌조라고 하오. 94세인데 집에 혼자 있다오.” 피오렌조씨는 “그저 크리스마스에 함께 건배를 할 사람이 필요하오. 시간을 낼 수 있는 경관이 있다면 10분만 와서 혼자 있는 나를 들여다봐줄 수 있겠소?”라고 물었다.

성탄절인 2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볼로냐 인근에 사는 말라볼티 피오렌조(94·가운데)씨가 자신의 집을 방문해준 이탈리아 무장경찰들과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

성탄절인 2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볼로냐 인근에 사는 말라볼티 피오렌조(94·가운데)씨가 자신의 집을 방문해준 이탈리아 무장경찰들과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


현지 언론 ‘볼로냐 투데이'가 공개한 녹음 속에서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혼자 있고, 자식들은 멀리 있는 데다가, 우울하다”고 호소했다. 이탈리아의 무장경찰은 경찰과 같은 민원 업무도 하지만, 한국의 ‘헌병대' 성격을 띤 국방부 소속 군인이다. 전화를 받은 당직병은 “어디에 사시냐. 누가 됐든지 금방 보내드리겠다”며 노인을 다독였다. 잠시 후 마스크를 쓴 두 명의 무장경관이 피오렌조씨 집의 문을 두드렸다. 피오렌조씨는 감격한 모습으로 그들을 집 안으로 맞아들이고 함께 크리스마스 건배를 했다고 한다. 두 경관은 피오렌조씨가 친척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영상통화도 걸어줬다.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곳곳에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가족·친지들과도 만나지 못하고 성탄 행사도 대부분 취소됐지만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들이 있었다.

캐나다 앨버타주의 주도(州都) 에드먼턴에는 ‘익명의 산타'가 나타났다. 에드먼턴의 노스 글레노라 지역에 사는 엘리샤 테난트씨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아침 집 앞 계단에서 ‘비밀 산타로부터'라고 적힌 봉투를 발견했다. “올해는 우리 모두 손을 놓아 버리고 싶을 만큼 절박했기에 이 선물이 당신에게 희망을 주기 바란다”는 편지와 함께 250캐나다달러(약 21만5000원)짜리 월마트 기프트카드(상품권)가 들어 있었다. 코로나 와중에 정리해고를 당한 테난트씨는 이를 보는 순간 눈물을 터트렸다고 캐나다 방송 CBC에 말했다. 그는 “(비밀 산타의 선물이) 우리에게는 한 달치 먹을 것”이라고 했다.

비밀 산타는 이 지역에 사는 400명의 집 앞에 이런 봉투를 놓고 갔다. 봉투 속 편지에 “이것이 필요 없나요? 그러면 희망이 지속될 수 있도록 바통을 넘겨 주세요”란 대목도 있었고, 형편이 괜찮은 이들은 이 말에 따라 지역의 구호기관에 기프트카드를 기부했다고 한다. CBC는 비밀 산타를 찾아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많은 사람이 올해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돕고자 했을 뿐”이라며 익명으로 남기를 원했다.

코로나로 대면 성탄 행사 대부분이 취소된 가운데, 로스앤젤레스 아동병원에서는 화상 통화로 산타클로스를 만나는 행사가 열렸다. 이 병원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어린 환자들에게 “북극으로부터 (영상 전화가) 걸려왔다”면서 ‘깜짝 선물'을 줬다. 빨간 옷을 입은 산타가 나타나자 어린 환자들은 물론 부모들도 “와! 산타다!”라고 소리치며 기뻐했다. 이 병원 측은 산타를 병동으로 초청하는 것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 환자들에게 좋지 않다고 판단해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캐나다에서는 가족이 한데 모이지 못하자, 멀리 있는 가족의 사진을 두꺼운 카드보드지(紙)에 실물 크기로 인화해 곁에 두고 크리스마스 식사를 하는 모습을 촬영해 트위터 등에 공유한 사람도 많았다. 실내 모임을 하지 못하고 주차장이나 공원에서 만나 선물만 교환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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