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며 핵(원자력)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핵추진 잠수함이 건조되면 미국의 대(對)잠수함 전력에 탐지되지 않고 미 본토 근처까지 잠항(潛航)한 뒤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 기습적인 미 본토 타격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북한은 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마하 5 이상의 초고속으로 비행해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극초음속 탄두(활공체)를 장착하는 계획도 시험제작 단계에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미 탐지 피해 미 본토 가까이 접근해 기습 핵타격 가능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통신은 “중형 잠수함 무장 현대화 목표의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고 시범개조해 해군의 현존 수중 작전 능력을 현저히 제고할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고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각에서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설(說)이 제기돼왔지만 북한 당국, 특히 김정은의 입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현재 북한이 이미 확보했거나 건조를 진행중인 SLBM 잠수함은 3종류가 있다. SLBM 1발(북극성 1형)을 탑재한 신포급(고래급·2000t급)을 보유중이며, 로미오급을 개량한 약 3000t급 잠수함은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 사실상 건조가 완료돼 진수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 로미오급 개량형은 북극성 3형(사거리 2000㎞) SLBM을 3발 가량 탑재할 수 있다.
북한은 또 배수량 4000t급 이상, SLBM 6발 이상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도 신포 조선소에서 건조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재래식 디젤 추진 방식이다. 이론상으로는 미 본토에서 2000~3000㎞ 떨어진 곳까지 항해한 뒤 SLBM을 발사할 수 있지만 하루에 한차례 정도 연료전지 충전을 위해 수면 가까이 부상해야 해 미 대잠 전력에 탐지될 가능성이 있었다.
◇북 핵추진 잠수함, SLBM 10~12발 탑재하는 5000~6000t급 가능성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이론상 3개월 가량 수중항해가 가능해 물 위로 떠오르지 않고도 미 본토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 핵추진 잠수함은 SLBM 10~12발 가량을 탑재하는 전략 잠수함으로, 배수량은 5000~6000t급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SLBM은 지난해 10월 열병식서 첫공개된 북극성-4ㅅ형 신형 SLBM이 시험발사를 거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제 설계연구가 끝난 것이 사실이라면 실제 건조가 완료돼 진수하는 데엔 3~4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핵잠수함 건조에 착수한다면 핵심인 잠수함 탑재 소형 원자로 기술도 확보했다는 얘기가 된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대외협력국장은 “북한의 원자로 설계 기술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봐야 한다”며 “북한은 6500t급에 SLBM 12발을 탑재한 중국의 ‘시아’급 핵추진 잠수함을 모델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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