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하고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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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02-01 08:36

김유훈(사)한국문협 밴지부

우리의 학창시절에 반드시 외워야했던 국민교육헌장은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하며 시작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절대 빈곤의 가난한 나라를 일으켜 잘 사는 것이 온 국민들의 꿈이며 희망이였다. 그리고 “새마을 노래”와 “잘 살아 보세”란 노래를 방방곳곳에서 전 국민이 부른 결과 대한민국은 민족이 중흥되었고 잘 살게 되었을 뿐 만 아니라 지금은 세계적인 나라가 되었다. 이렇게 우리 세대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웠으며 “잘 살아보세”란 노래를 부르며 지내왔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난했기에 잘 살아서 “밥”을 배불리 먹고자 했던 때가 있었다.

반 만년의 역사속에서 우리 민족이 은근과 끈기로 견디어 온 것은 바로 “밥”의 힘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말에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가난한 백성들이 너무 먹을 것이 없어 병에 걸렸을 때, 밥을 먹여주어 영양보충을 시켜주면 웬만한 병은 낫게 되었다는 뜻이다. 때문에 아무리 전쟁과, 기근, 그리고 왜침이 있었어도 땅을 지키며 벼농사를 하여 쌀을 생산하고 밥을 지어 먹었기에 그 후손인 우리들이 있게 된 것을 생각하면 조상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멀리에서 온 객들에게 사랑방을 내주며 손님대접을 하는 전통이 있어왔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형과 함께 형의 친구들을 따라 여행을 하게 되었다. 부산을 거쳐 제주도를 갔는데 태풍으로 경비가 떨어져 그 후로는 무전여행으로 집에 돌아왔다. 거이 일주일을 가는 곳마다 밥을 얻어 먹으며 “밥”의 소중함을 깨달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당시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배고픔을 처음으로 경험했으며, 남이 주는 “밥”의 고마움을 눈물로 대답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세상을 살다보니 “밥”은 곧 사람의 생명을 지켜주는 근본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말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인사법으로 정착되었다. 즉, 아침인사는 “진지 잡수셨습니까?” 오랫만에 친한 사람을 만나면 “식사는 하셨습니까?” 그리고 멀리 떠나 있는 자녀에게는 “그래, 밥은 잘 먹고 다니냐?”하며 안부를 묻는 첫 마디가 “밥”이다.

나는 군대생활을 춘천 제 2공병대 부설 수송부에서 하였다. 그 시절, 아침마다 트럭을 타고 작업장으로 떠나는 군인들에게 대대장의 훈시가 있었는 데, “여러분, 오늘 하루도 밥값하는 군인들이 되기 바란다. 나라에서 밥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하는데 요령 피지말고 삽자루가 다 달토록 일하라”하는 말은 50년의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밥을 먹게 하여 준다면 당연히 그 값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고위직 임원들이 받는 연봉은 엄청나다. 유명 운동선수들의 몸값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그 이유는 그들로 인해 회사나 구단이 벌어들이는 금액은 그 값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큰 금액을 주고 데려온 운동선수가 그 값을 다하지 못하면 “먹튀”라는 오명을 쓰게 되어있다.

과거에는 밥값을 혼자의 몸이거나 가족들을 위해서였다면 지금의 시대는 수 백 , 수 천, 아니 수 백만 명의 밥값까지 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심지어 카나다 투자 이민 조건이 두명 이상 밥값을 만들어 주면 영주권을 준다. 그러나 한 사람의 잘못된 지도자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속에서 살게 만들면 그는 많은 월급을 받고 엄청난 욕을 먹는 데 “밥값 조차 못한 놈”이란 소리를 듣는다.

나는 지난 29년 동안 카나다에 와서 유학 후 열심히 일하여 세금도 잘 내었으며 지난 해 봄까지 트럭일을 하느라 수고했다고 인정해 주는 카나다가 고마웠다. 그 덕에 지금 국가에서 각종 혜택을 주어 공무원처럼 대우를 받고 있다. 매달 빠지지 않고 통장으로 입금되고 있는 귀한 밥값을 볼 때마다 국가를 위해 무언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몸 건강을 잘 지킴으로 나라를 위하여 병원신세를 안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년배의 지인들은 우리 모두 “국가 공무원”이라 말하며 웃음을 짖는다. 오늘날 “국가 공무원” 들 중에는 기대 이상으로 밥값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반대로 제대로 해야할 일조차 못할 뿐 만 아니라 부정과 부패를 일삼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을 보면 예전에 우리 공병대 대대장님한테 들었던 그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