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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없는 여성이 살해당했다, 영국판 ‘강남역 살인사건’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3-14 12:26

33세 평범한 여성 경찰관에게 납치돼 살해당하자 여론 분노

13일(현지 시각) 런던 남부 클래팜 커먼 공원 야외 음악당이 꽃으로 수북하게 둘러싸였다. 검은색 마스크를 쓴 여성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꽃다발을 내려놓고 묵념했다.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도 살며시 꽃다발을 두고 돌아갔다. 보리스 존슨 총리와 약혼녀 캐리 시먼즈가 총리 관저 앞에 커다란 촛불을 켜놓은 것을 비롯해 영국 전역에서 많은 집들이 이날 밤 문 앞에 촛불을 켰다.

런던 남부 클래팜 커먼 공원 야외 음악당을 찾은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트위터
런던 남부 클래팜 커먼 공원 야외 음악당을 찾은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트위터


이날 추모는 세라 에버라드라는 서른세 살 여성이 귀갓길에 경찰관에 의해 살해된 사건에 분노하고 슬픔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평범한 여성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여성들을 들끓게 했다. 저녁이 되자 이 공원에서는 추모 집회가 열렸다. 수백명이 스마트폰을 들어 불빛을 켠 가운데 “우리는 집에서도 거리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여성을 더 보호해달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2015년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23세 여성이 살해돼 추모 열기가 달아올랐던 ‘강남역 살인사건’을 연상시켰다.

에버라드는 지난 3월 3일 저녁 9시쯤 런던 남부 클래팜 지역에 있는 친구 집을 나섰다. 불과 4㎞ 떨어진 자택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근처 방범 카메라에 찍힌 후 행방이 묘연했다. 그는 집으로 가는 길에 14분 동안 남자친구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고, 이후 휴대전화 신호가 끊겼다. 전화를 제때 받지 못했던 남자친구는 이튿날 실종 신고를 했다. 에버라드는 친구 집을 나선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0일 런던에서 남동쪽으로 80㎞ 떨어진 숲속에서 건설 장비를 담는 가방에 담긴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런던경찰청 소속으로 의회와 외교 공관의 경비를 맡고 있는 웨인 쿠전스(48)로 확인됐다. 쿠전스는 살인죄로 체포됐다. 살인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관이 평범한 여성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분노를 부추겼다. 이날 페이스북에서는 밤샘 온라인 추모식이 열렸다. 사회를 본 작가 겸 방송 진행자 샌디 톡스빅은 “나는 에버라드와 나이가 비슷한 딸이 둘 있다. 내 딸들의 안위가 이렇게 걱정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여성들이 거리에서 신변 위협을 느낀 경험을 앞다퉈 공유했다. 일부 남성 네티즌들이 에버라드가 밤늦게 귀가한 게 시발점이었다는 주장을 펴자 여성들은 더 분노했다. 영국 여성들은 “나는 혼자 밤에도 안전하게 길을 걷고 싶다” “딸에게 안전하라고 주의를 줄 게 아니라 당신의 아들을 교육시켜라”와 같은 글들을 온라인에 올리고 있다. ‘그녀는 집으로 걷고 있었다(#shewaswalkinghome)’는 해시태그를 붙여 추모와 분노를 함께 표시한 이들도 많았다.

세라 에버라드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단지 그녀는 걸어서 귀가 중이었다'는 팻말./로이터 연합뉴스
세라 에버라드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단지 그녀는 걸어서 귀가 중이었다'는 팻말./로이터 연합뉴스


의회와 정부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강간범, 스토커, 가정 내 여성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최소 형량을 늘리고 여성 혐오도 증오 범죄로 간주하는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간 가디언은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해 대대적으로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압력이 정부에 가해지고 있다”고 했다. BBC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만 최근 10년 사이 여성 2075명이 살인으로 목숨을 잃었고, 그중 범인이 남성인 경우가 90%가 넘었다. 갖가지 성범죄 피해를 겪는 영국 여성은 2017년 기준 한 해 340만명에 달한다고 영국 통계청은 집계했다.

경찰이 이날 밤 클래팜 커먼 공원 집회를 강압적으로 진압하면서 시민들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코로나 방역 수칙을 내세워 야간 집회를 불허했다. 주최 측이 집회를 강행하자 경찰관들이 일부 여성 시위대를 넘어뜨린 뒤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돼 방역 수칙 위반으로 벌금 200파운드(약 32만원)를 물게 된 여대생 패시 스티븐슨은 “너무 무서웠다”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과잉 진압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자 파텔 내무장관은 런던경찰청에 시위 진압 경위 보고서를 내라고 지시했고, 야권은 런던경찰청장 사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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