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동화> 달님 속에 누나 얼굴이

조정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6-07 13:47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
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프린스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무서운 눈빛을 보내오고 있어요.
“아, 걱정 말어! 할미가 프린스 잘 보고 있으니까.”
프린스는 방에서 들려오는 할머니 통화 소리에 두 귀를 곤두세웠어요. 은별이 누나가 외할머니께 전화한 밤이면 추위도 견딜만했어요. 프린스가 슬픈 얼굴로 환한 달님을 쳐다볼 때였어요. 동그란 누나 얼굴이 달님 속에 나타났어요. 프린스는 그만 목이 메어와 숨이 멎을 것만 같았어요. 달님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까지 프린스는 컹컹대며 누나를 불렀어요.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햇살에 녹아내리는 아침이 왔어요. 바우의 밥그릇은 어느새 비워졌고, 프린스 밥그릇에 밥은 그대로예요.
“네가 아직 배가 안 고픈가 보구나.”
할머니께서 끌끌 혀를 차며 부엌으로 들어가시자, 프린스는 힘없이 눈을 감고 지난날을 떠올렸어요.
‘누나네 집에 처음 간 날, 가족들은 빙 둘러앉아 잔뜩 겁먹은 나를 지켜봤었지. 포근한 담요 위로 나를 옮긴 은별이 누나가 손가락에 우유를 묻혀 입속에 넣어 줬어. 
 “자, 우리 강아지 이름을 지어줘야지.” 은별이 누나 아빠께서 말씀하시자, 모두 생각나는 이름들을 말하기 시작했어. “아빠, 방울이 어때요? 눈이 동그란 방울같이 생겼어요.” “와와는 어때요? 얘는 치와와니까.”
“프린스가 어떨까? 왕자님처럼 의젓하게 자랐으면 해.”
“프린스가 좋아요!”
가족들은 그날부터 나를 프린스라고 불렀지. 아줌마가 만들어 주신 맛있는 밥을 먹고, 누나랑 침대 위에서 장난도 쳤어. 학교 갔던 누나가 허둥대며 집에 올 땐 잽싸게 달려 나가 꼬리를 흔들었지. 누나는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프린스는 우리 식구들만 좋아해!”라고 자랑도 했어.’
지난 일들을 생각하는 프린스 옆으로 바우가 슬며시 다가왔어요. 이곳에 온 후 처음 있는 일이에요.
“나는 진돗개 바우야.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살고 있어.” 바우의 늠름한 몸매와 탐스러운 꼬리는 프린스의 짐작대로 진돗개였어요.
“프린스, 너는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된 거니?”
“함께 살던 은별이 누나네가 캐나다에 이민을 갔어.”
바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어요.
“물론 나도 데리고 갔었어.”
“뭐! 네가 캐나다에 갔었다고, 그런데 어떻게?”                                                         
 프린스는 목이 메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바우의 눈길을 피했어요.
“어느 날, 아파트 관리인이 경고장을 들고 나타났지 뭐야. 이사를 하던지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라는 무시무시한 내용이었어. 누나네 아파트에선 애완동물을 기를 수 없다면서.”
“그래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거야?”  “응, 그때 누나 외삼촌께서 캐나다에 출장 와 계셨거든.”
 “와! 정말 놀라운 결정이다, 너를 다시 한국으로 보내다니.”
“그렇지만 아저씨께선 약속하셨어. 마당 있는 집을 산 후 나를 꼭 데리러 오신다고.” 
“너 정말 마음이 아팠겠다.”
“나보다 은별이 누나가 더 슬퍼했어.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울곤 했지. 사실 나는 누나보다 더 슬펐지만 울지 않았어. 곧 만날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럼 한국으로 와서 곧장 이곳으로 오게 된 거야?”
“아니, 처음에는 서울 누나 외삼촌네 아파트에서 살았어.”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휴…, 내가 큰 실수를 저질렀지 뭐야.”
바우는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얼굴로 프린스에게 바짝 다가왔어요.                                  
“어느 날 나는 현관문이 열린 틈으로 나가 긴 복도를 걷다 비상구를 발견했어. 나는 그곳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놀고 있었지. 얼마 후 나는 외삼촌네와 똑같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어. 그런데 모든 분위기가 낯설고 이상했어, 식구들도 보이지 않고. 우선 나는 방으로 들어가 옷장 밑에 몸을 숨겼어. 날이 어두워져 오줌도 마렵고 배도 고팠지만  난 밖으로 나올 수 없었어. 내가 깜빡 잠이 들었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는 소리가 들리고 아줌마가 구둣주걱으로 옷장 밑을 더듬기 시작했어. 나를 쥐로 알고 있던 아줌마는 내 푸른 눈빛에 무척 놀라셨나 봐, 그 집은 아줌마 혼자 살고 계셨어. 아줌마가 인터폰으로 다급한 상황을 알리자 외삼촌께서 허겁지겁 뛰어오셨어. 나는 경비실에 실종 신고가 되어 있었나 봐. 그 집은 외삼촌네 바로 아래층 아파트였어.” 
“야! 너 정말 당황했겠다.”
 “거의 실신 상태였어. 외삼촌께서 자꾸만 죄송하다고 사과하셔도 그 아줌마는 무지하게 화를 내셨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개를 기를 자격이 없는 분이군요.”
“집으로 돌아온 외삼촌께선 내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셨어. ‘두 번 다시 문밖으로 나가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알았지!’ 하시면서.”
“그때 누나 외숙모께선 나를 흘겨보시며 또 놀라운 말씀을 하셨어. ‘나는 절대 프린스를 우리 집에 둘 수 없어요.’라고.” “아! 그래서 네가 할머니 댁으로 오게 됐구나.”
“응, 은별이 누나 가족들이 외할머니께 부탁했어. 나를 데려갈 때까지 잘 돌봐달라고.”
“프린스,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거야, 나도 네 친구가 돼 줄게. 자! 기운 내, 지금 너랑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바우를 따라 걸으며 프린스는 주변을 살펴봤어요.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 끝으로 버스가 지나가고 빨간 벽돌 건물의 초등학교가 언덕 위에 보였어요. 앞장서 걷던 바우가 멈춘 곳은 학교 옆 애완견 훈련소였어요.            
그때 훈련소 문이 열렸어요. 소장님을 따라 들어간 사무실 벽에는 메달을 목에 건 훈련견 사진들이 눈에 띄었어요. 소장님께선 한동안 바우와 프린스를 꼼꼼히 살펴봤어요.
촘촘하고 윤기 나는 갈색 털에 곧추세운 귀를 갖은 프린스는 순종 치와와에요. 검은빛의 맑은 눈동자와 균형 잡힌 튼튼한 어깨 그리고 가지런한 이빨도 자랑할 만했어요.
“나는 오랜 경험을 살려 ‘서울 세계 애완견 경연대회’에 나갈 계획인데, 프린스는 충분한 조건을 갖고 있구나. 할머니께 말씀드리고 훈련을 시작해 보고 싶은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우는 왜 대회에 나갈 수 없는지 프린스에게 말해 줬어요.
“나는 어릴 때 싸우다 짝짝이 귀가 됐어. 앞으로 할머니 옆에서 반려견으로 살고 싶어.”
바우 같은 믿음직한 친구를 얻게 된 프린스는 정말 기뻤어요.
며칠 후 소장님께서 다녀가신 후, 할머니께선 프린스 머리를 쓰다듬으셨어요. “은별이가 기도를 많이 했구먼! 프린스한테 좋은 일이 생긴 걸 보면. 이제 밥 잘 먹고 힘내야지.”
겨울을 이겨낸 민들레가 꽃을 피우는 봄이 왔어요. 프린스가 할머니 뒤를 따라 훈련소로 가는 아침, 노란 민들레가 방긋 웃으며 인사했어요.
“프린스 왔구나, 네게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 올해 챔피언은 내년 캐나다 챔피언전에 초대된다는구 나.” 소장님께서 상기된 얼굴로 말씀하셨어요.
‘난 누나를 꼭 만나야 해!’ 프린스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챔피언이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프린스! 우리 함께 최선을 다해보자.”
소장님은 불끈 쥔 주먹을 들어 올리시며 앞장서 훈련소 마당으로 나가셨어요. 첫 번째 훈련은 바른 걸음걸이였어요. 허리를 수평으로 펴고 뒷다리에 힘을 주며 기운차게 걷는 연습이었어요. 두 번째는 구령에 맞춰 걷고 앉기 그리고 높이 점프해서 둥그런 굴레 빠져나오기, 세 번째는 높은 드럼통들을 뛰어넘어 외나무다리를 건너기였어요.
 소장님은 챔피언이 되기 위한 맹훈련을 반복해서 시켰어요. 
“다시 일어나라, 프린스, 참고 이겨내야 한다!” 날마다 발바닥이 부르트고 쓰러질 것처럼 숨이 차도 프린스는 다시 일어나야만 했어요. 
어느 날 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려준 바우와 프린스가 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였어요.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이 프린스의 눈길을 끌었어요.
“나는 꿈이 있어요! 나를 지켜봐요!” 
프린스는 그날 밤 꿈에 아톰처럼 눈에서 빛을 뿜으며 하늘을 날아다녔어요. ‘슝…, 슝…’ 지구 밖 대기권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땐 책상 앞에 앉아 기도하는 은별이 누나도 보았어요.
“프린스를 꼭 만나게 해주세요, 하느님! 우린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누나의 기도 소리는 초능력의 프린스 귀에 똑똑히 들려왔어요.
드디어 세계 애완견 경연대회가 열리는 날이 왔어요. 어느새 세계 여러 나라 참가견들이 모인 경기장에 도착했어요. 조련사들은 참가견들의 털을 윤기 나게 빗질하며 긴장을 풀어줬어요. 이탈리아 국제 심판은 혈통과 건강 상태, 키, 몸무게 등 참가 기준을 꼼꼼히 살펴봤어요. 이윽고 팡파르가 울리며 지난해 세계 챔피언인 블랙 러시안 테리어가 위풍당당하게 나타났어요. 곧이어 한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참가견들의 행진이 시작됐어요. 자립심이 뛰어나고 재빠른 치와와, 강한 충성심의 셰퍼드, 밝고 활발한 푸들, 자신감이 넘치는 골든 리트리버, 호기심이 강한 요크셔테리어, 믿음직한 불독, 넘치는 힘의 코커 스패니얼들이 훈련사와 발을 맞추며 경기장 안을 한 바퀴 돌았어요. 
“코리아, 프린스, 힘내라, 프린스…!” 프린스의 묘기를 보일 차례가 되자 큰 환호와 박수 소리가 경기장 안에 울려 퍼졌어요.
 “그동안 고생 많았다, 프린스! 나는 너만큼 열심히 훈련한 참가견은 본 적이 없다.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보자. 좋은 결과를 위해 화이팅!”
소장님의 강한 눈빛에서 용기를 얻은 프린스는 가슴을 활짝 편 뒤 정신을 집중했어요. 그때 “자신감이 필요해, 프린스! 긴장하지 말고 네 실력을 보여줘!” 하는 누나의 속삭임도 들려왔어요.
처음엔 네 개의 장애물을 넘은 후 긴 터널을 빠르게 빠져나오기였어요. 두 번째는 제 자리를 맴맴 돌다 소장님이 던지는 원반을 높이 뛰어 물고 오기, 세 번째는 두 다리로 서서 걷다 한 줄로 세워놓은 막대를 지그재그로 통과하기였어요. 프린스는 소장님 구령에 맞춰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재빠르게 움직였어요.
 “와! 프린스, 최고다! 코리아, 프린스…! ”한 동작 한 동작 묘기를 마칠 때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어요. 발을 구르며 휘파람을 부는 소리도 들려왔어요. 
“프린스! 프린스! 올해의 챔피언은 프린스다!”
소장님께서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올리셨어요. 프린스는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그리고 예감했어요.
“나는 꿈을 이룬 프린스! 빛나는 영광은 은별이 누나에게 돌립니다!”라고 소리칠 순간이 왔다는 것을. 

◆ 2015 제 135회 “월간 문학” 
    신인 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0 제 12회 “해외 동포 문학상” 
    수필 부문 수상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프랙탈 2024.06.07 (금)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입니다. 어제 오후, 속칭 <버뮤다 연쇄살인>의 여섯 번째 희생자가, 다섯 번째 희생자 이후 불과 7주만에 발견되면서 사회를 다시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오늘 경찰은…” 고준호 씨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양손으로 뼈채 들고서 발라 먹던 고기를 잠시 내려놓고,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 TV 리모컨을 집어올려 홈쇼핑으로 채널을 돌려 버렸다. 고기를 먹으면서 연쇄살인 어쩌구 하는 얘기를 듣기에 고준호 씨의...
곽선영
이민자의 특징 2024.06.07 (금)
  ‘동양의 도학은 약육강식을 부도덕이라고 하지만 서양의 철학은 이기는 자만이 생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글을 인용한 것은 과거엔 이민을 운명, 팔자, 역마라 치부했다면 현재는 용기 있고 강한 자의 결단과 도전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의 방법은 초기엔 간호사나 재봉사 등의 기술이민이 주였다면 지금은 독립이민, 기술이민. 투자이민, 초대 이민 등 다양한 통로가 있다. 초기엔 전문직이 일반적이지 않았는데 이민의...
이명희
나물 캐는 아낙의 시선 피하여길섶 풀숲 속숨어 핀 샛노란 민들레해를 사랑하여환한 꽃 피우고임 온기 느끼며 길가에 서 있다가흰 나비 애무하고 떠나간 뒤날개 단 홀씨 한 다발 들고초원 지나갈 바람 기다린다오! 바람이여저 멀리 하늘 끝에 계신 내 임에게로Please! send seeds beyond the cloudsto the end of the sky
김철훈
강물을 보네깊어지며 흐르는 거역 없는 몸짓을 보네하루를 다 날아온 고단한 태양을 눕히고어느 산기슭 떠나온 나뭇등걸도 함께 눕히고강물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나를 보네팔랑이는 잔물결들 사이로 얼핏 설핏 보네정(精) 때 묻은 부모 형제 다 두고태평양 큰물 건너오던 반세기 전 그날비단결 검은 머리 스물여섯 살 새아씨여!세월을 보네꿈, 좌절, 인내들이 들락거린 한 세월을 보네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째 일어서면서고향 떠나 멀리 또...
안봉자
세 번의 외과수술 2024.06.03 (월)
우리는 지금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여 새롭게 나날이 달라지는 세상을 산다고 했더니 어느 날 주위를 살펴보니 100세 이상 사시는 노인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60세 환갑잔치를 요란하게 치르던 때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환갑잔치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100세 잔치를 성대하게 치르는 것도 아니다. 수명이 늘어난 것은 의료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한 덕분이다. 이런저런 수술로 죽을 사람이 죽지 않고...
심현섭
감자 꽃 향기 2024.06.03 (월)
“할무니, 왜 이쁜 감자 꽃을 다 따분당께라우?” “꽃을 따내 줘야 밑이 쑥쑥 든다고 안 그러냐?”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이었을까. 할머니를 따라 밭에 나갔다. 할머니는 밭을 한 바퀴 휘 둘러보시더니 감자 밭으로 가 감자 꽃을 따기 시작했다. 꽃은 꽃이고 밑은 밑일 텐데 어린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니 어미가 감자 꽃을 참 이뻐했느니라.” 하시더니 눈물을 훔치셨다. 엄마가? 순간 흐린 기억으로 어머니가 감자 꽃을 바라보고...
최원현
오 월 찬가 2024.06.03 (월)
상큼한 산들바람 손등 스치고 지나가면나무를 건너뛰던 다람쥐 나도 보아 달라하고 작은 무도회를 연캐나다 구스 공연 햇살도 왜 나는 안 봐주냐며무릎에 앉았다 눈으로 보아도 들리는 님의 소리처럼
전재민
엄마의 빨랫줄 2024.05.27 (월)
그 시절 엄마는아침 설거지 마치고이불 홑청 빨래를 하곤 했다커다란 솥단지에 폭폭 삶아돌판 위에 얹어 놓고탕탕 방망이질을 해댔다고된 시집살이에마음의 얼룩 지워지라고부아난 심정 풀어보려고눈물 대신 그렇게 두드렸을까구정물 맑아진 빨래를마당 이편에서 저편으로말뚝 박은 빨랫줄에 널어놓으면철부지는 그 사이로 신나서 나풀댔다부끄러운 옷까지 대롱대롱 매달린울 엄마 늘어진 빨랫줄은 마음의 쉼터옹이 지고 구겨진 마음이훈풍에...
임현숙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정다운 인사는 사라졌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누가 먼저 비껴서나’ 기 싸움을 한다. 대부분 옹고집으로 뭉친 의지(?)의 한국인이 이긴다. 그러나 덩치가 검은 곰만한 사람이 전방 1미터까지 접근하면서도 비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리 없이 내가 양보한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이것 봐라. 젊은 놈이 예의도...
이원배
아프리카 대자연의 푸른 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온갖 야생 동물들과 그들의 사냥 장면을 지프를 타고 관찰하는 사파리 여행은 아프리카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의 크루그, 나미비아의 에토샤, 오카방고 델타,...
정해영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조정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