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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사격 가문의 추락··· 며느리·아들이 함께 후배 때리고 폭언

송원형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6-26 11:39

사격연맹 징계 결정서 입수

한국 사격 대표팀을 이끄는 조현진 총감독 집안은 ‘3대 사격 가문’이다. 조 감독의 아버지 조경래씨(작고)는 국제사격연맹 국제심판 출신으로 경남사격연맹 부회장을 지냈다. 조 감독은 1983년부터 사격 클레이(트랩)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국가대표로 국제 대회에도 나갔다. 지도자로서도 성공을 거뒀다. 경남대 감독 시절 ‘사격 황제’ 진종오를 가르치는 등 올림픽·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를 여럿 배출했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창원시청과 국가대표 산탄총 지도자 등을 지냈다. 2018년 대구시설공단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고, 작년 11월부터 국가대표 총감독을 맡고 있다. 조 감독은 2019년 2월 대한사격연맹의 규정 개정·해석, 포상, 징계를 결정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현재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일을 하지 않는다.

조 감독의 아들 조용성도 산탄총 스키트 국가대표 선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남자 스키트 대표로 출전했다. 2006도하·2010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조용성은 2016년 11월 한국 여자 스키트의 ‘간판’ 김민지와 결혼했다. 김민지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스키트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민지는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여자 스키트 부문 1위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국내 최강자다. 두 사람은 최근까지 창원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조 감독이 지도자로서 오랜 기간 몸담았던 팀이다.

김민지/뉴시스
김민지/뉴시스

도쿄올림픽을 2달 정도 앞두고 이 ‘사격 명문가’에 먹구름이 찾아왔다. 조 감독의 며느리 김민지와 아들 조용성이 후배 선수를 괴롭힌 혐의로 대한사격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이달 초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김민지의 도쿄행도 무산됐다. 본지가 대한사격연맹과 관계자를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후배 선수로부터 진정서가 접수된 것은 지난 5월 중순이었다. 김민지가 출산 휴가를 마치고 대표팀에 복귀한 직후였다. 김민지와 조용성, 그리고 또 다른 선배 황정수로부터 국가대표 훈련을 할 때 장기간에 걸쳐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사격연맹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상대로 조사했고, 연맹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는 6월 2일 김민지와 황정수에게 각각 자격정지 12년, 3년의 징계를 결정했다. 조용성은 자격정지 1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 3명은 모두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격연맹은 대표팀을 맡은 조 감독이 관리를 잘못한 부분이 있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격연맹은 다가오는 도쿄 올림픽에 여자 스키트 부문에 선수를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국제연맹에 권총 종목으로의 출전 변경을 요청했다. 본지는 사격연맹에 갑작스런 올림픽 출전권 변경으로 피해자가 올림픽에 도전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물었다. 연맹 홍보를 담당하는 이민규 과장은 “김민지가 징계로 올림픽에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메달 가능성이 큰 선수를 올림픽 선수단에 추가하려는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5년간 폭언·폭행…상습 음주

김민지 등이 후배 선수를 괴롭혀 자격정지 12년의 중징계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사격연맹은 징계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본지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대한사격연맹으로부터 받은 김민지 등 3명에 대한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징계 결정서를 입수했다.

김민지가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당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김민지가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당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징계 결정서에 따르면 김민지는 최근 5년 동안 국가대표 강화훈련 기간 중 국가대표 후배 선수 A에게 수시로 ‘개XX’라고 욕설을 하는 등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허벅지를 밟고 지나가는 등 상해를 가한 혐의를 받는다. 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희롱 발언을 하고, 선수촌(국가대표 촌외훈련지 포함)에서 상습적으로 음주를 한 혐의도 받는다. 선수에 대한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 혐의도 추가됐다.

김민지의 남편 조용성은 국가대표 강화훈련 기간 중인 2019년 2월 22일 A에게 전화상으로 수차례 언어폭력을 한 혐의를 받는다. 조용성의 아버지 조현진 현 대표팀 총감독이 2019년 2월 11일 사격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지 열흘이 지난 시점이다.

황정수는 최근 5년 동안 국가대표 강화훈련 기간 중 ‘또 꼴등할거가’ ‘총 때려치우고 집에 가라’ 등 인격 모독적인 발언으로 A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외모, 향수 등에 대해 수차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희롱 발언을 하고, 선수에 대한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 혐의도 받는다. 황정수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때 남자 스키트 단체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 제26조 제1항의 제3호(폭력·성폭력), 제6호(체육인으로서 품위를 심히 훼손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징계를 결정했다. 김민지에게는 제26조 제1항의 제5호(음주운전, 훈련 기간 중 음주 소란 행위, 불법 도박)가 추가 적용됐다. 사격팀 감독, 교사, 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스포츠공정위원회는 항목별로 징계 양형을 정한 다음 이를 합쳤다.

대한사격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대한사격연맹
대한사격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대한사격연맹

김민지와 황정수가 후배 선수를 괴롭힌 기간이 5년으로 정해진 것은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 또는 5년이 지나면 심의·의결하지 못한다”는 징계 시효 규정 때문이다. 5년이 적용되는 경우는 직무와 관련한 금품수수 비위 및 횡령·배임, 체육관련 입학 비리, 폭력·성폭력, 승부조작·편파판정 등이다. 즉, 징계를 내리기 위해 산정된 기간이 최소 5년이란 의미로 이들이 실제 후배 선수를 괴롭힌 기간은 더 길 수도 있다.

대한사격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대한사격연맹
대한사격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대한사격연맹

◇조 감독 “나도 충격, 죄인 된 심정”

사격계 안팎에선 조현진 총감독이 아들과 며느리가 관련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자리에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그만두는 것보단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조 감독의 임기는 오는 8월 31일까지다.

조현진 감독/대구시설공단
조현진 감독/대구시설공단

조 감독은 본지 통화에서 “처음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고 몇 차례 쓰러졌다. 아들과 며느리도 창원시청에서 권고사직을 당하면서 직장과 명예도 잃었다. 어린 손녀들은 놀이방도 가지 못한다. 죽고 싶은 심정이다. 부모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과 며느리도 반성하고 있다. 피해 선수도 잘 잊고 회복해서 훈련장에 복귀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라도 (총감독직을) 그만두고 싶다”면서도 “제 사리사욕 때문에 감독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연맹에서 무책임하게 그만두는 것보다 재심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고 했다. 내 밑에 지도자 10명, 선수 15명이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 최소 금메달 2개를 따내기 위해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반성한다면서 왜 재심을 신청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전 재심 신청하지 말자고 했다.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변호사가 다른 종목에 비해 징계가 너무 강하게 나왔다고 하더라. 며느리의 경우 임신과 출산으로 선수촌을 떠난 기간이 꽤 된다. 그런데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최근 5년’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징계 혐의가 적용된 기간 산정을 놓고 재심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조 감독은 또 “피해자 부모와 잘 아는 사이”라며 “형제같이 지내던 사이인데 잘 화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사격연맹 내 진영이 나뉘어 있고 반대 진영에서 계속 공격하는 게 느껴져요. 그래도 (총감독인) 제가 대응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저도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징계 결정서에도 사실이 아닌 내용이 있을 수 있고요.” 조 감독과는 두 차례에 걸쳐 30분 넘게 통화했다. 앞뒤 안 맞는 말이 있지만 그대로 싣는다.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는 재심에서 줄어들 수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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