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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스톤 그랜드티탄 여행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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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07-12 10:22

이규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1. 프롤로그


  시작은 단순했어요.
'' 경민이가 우리를 초대하네요. 어떻게 해요? 놀다가 함께 귀국하자는 데......"
지나치듯 말하는 아내의 어투에는 대답을 익히 아는 사람의 가벼움이 실려 있습니다. 당연히 아니지요. 팬데믹으로 해외이동이 까다로워졌다고 얼마나 난리인가? 그리고 나는 어쩌라구! 청각장애로 소통이 어려워 대인기피가 심한데, 해외라니! 셋째 딸이 미국에 산 지 10년이 됩니다. 사위가 일찍 학위를 따고도 우여곡절을 겪다가 카이스트대 교수로 임용되어 조만간 대전으로 이사하게 된 것입니다. "대전에 온 후 가보면 되지......" "그래도, 미국을 막상 떠나려니 섭섭한가 봐요, 노아가 유학할 때나 다시 오겠나 하네요."
아내와 대화 후에 묵상해 보니, 가고 싶은 아내의 마음이 걸립니다. 초대하는 딸의 바램도 와 닿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끝이 나면, LA 인근 Irvine 市로 주거지를 옮긴 후 새 집도 사서 기뻐하는 둘째 딸을 못 보는 아쉬움이 길게 남겠지요. 결국, 멍석이 깔리는데 내가문제가 되어서 판이 깨진다면 그 후회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여보, 갑시다."  뜻밖의 대답에, 크게 놀라고 기뻐하는 아내의 반응이 두려움을 몰아냅니다. 갑자기 미국行이 결정되었습니다.

 
2. 사랑이 두려움을 몰아냅니다
긴 시간 비행으로 심신은 곤죽이 된 채 정신없이 대열을 따라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오니, 오랜만에 만나는 딸이 웃으며 반깁니다.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과 행동에 빨려 듭니다. 어느새 한가족으로 뭉쳤습니다. 이렇게 부닥치면 해결될 일을 왜 그렇게 두렵게만 생각했던 것일까? 노아와 놀고 있으면, 딸이 고마워하면서 저를 추켜세웁니다. 그러나 노아가 나를 따르고 받아주고 생기를 안겨주니, 정작 고마워할 사람은 저라고 생각합니다.
  

주말에 4박5일의 일정으로 Irvine으로 둘째를 방문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여행은 즐겁기만 합니다. LA 동남쪽 오렌지 카운티에 속한 Irvine市는 행정도시 산타아나에 가깝고 인구 20만 정도인데,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합니다. 1965년 설립된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의 유명세를 업고 교육, 금융, 문화, 산업 복합도시로 70년대에 개발된 계획도시라고 합니다. 아마도 서울 강남구의 신도시를 생각하면 될까요?
둘째 부부의 환대와 노엘(10살), 요셉(5살)이 달려와 안기니, 거리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냥 반갑기만 하네요. 아이들은 노느라 정신이 없고, 어른들은 10명의 대식구를 받고도 넉넉한 큰 집의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떠들썩 합니다. 태평양을 마주하며 바닷가를 산책하고, 리조트식으로 꾸민 거주자 공동소유의 수영장도 둘러보고, 거대한 쇼핑몰에서 나이키 신발도 구매하면서, 영화 속에서 보던 멋진 주거환경을 즐겼습니다. 그렇지만, 대식구가 함께 하는 식탁의 즐거움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요?   두어 번의 외식도 훌륭했지만, 엄마와 두 딸이 솜씨를 발휘해 만든 공동 식탁은 남자들의 자화자찬이 섞이며 모두를 대식가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디저트 때는 제가 너무 떠들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탓이었지요. 결혼생활의 애환을 얘기했는데,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는 바람에 신앙간증이 되어 버렸어요. 그런데도 아내가 말리기는커녕 "주님의 은혜로 우리 잔이 넘쳤지요" 라며 거들었고, 모두가 "아멘”으로 화답했습니다. 미국에 온 목적이 사랑과 더불어 성취된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3. 원의 중심에서 광야의 축복을 회고
네바다주의 유명한 도박도시 Reno에서 일박한 후 네바다사막을 종일 달려서, 동계올림픽으로 잘 알려진 솔트레이크 씨티에 닿았습니다. 우리 가족 6명은 지금 혼다 미니밴 승용차로 관광길에 나선 것입니다. Irvine에서 돌아와 샌프란시스코의 일상에 심신이 적응될 무렵, 사위가 9박10일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다녀오자고 합니다. 미국인에게는 버킷리스트 1위의 인기 명소이고, 년중 3개월만 개방하고 숙소예약도 어려운 곳인데, 마침 안성맞춤처럼 적기라고 하네요. 그러나 구경은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떠들썩 가야 하는데, 대화에 끼지 못하는 나는 워낙에 먼 이동거리에 질려 엄두가 나지 않으나, 등을 떠밀려 여정에 참여했습니다.


Reno를 출발한 연방도로 80번 하이웨이를 3시간쯤 달려서 인디언과의 공동마을 Winnemucca에 도착하고, 방향을 틀어 동진합니다. 미리 준비한 식재료로 그 마을 한적한 야영장에서 점심(우리는'피크닉'으로 명명)을 했고, 그 후 5시간 정도 광활한 황무지를 끝도 없이 달렸습니다. 면적은 한반도보다 큰데 인구는 불과 300만명이라는 네바다주의 버려진 땅입니다. 민가는 드물고 가끔씩 만나는 촌락이 오아시스인양 반갑습니다. 80마일로 달리는 데도 멀리 둘러싼 산맥은 전혀 다가올 기색이 없고, 서부개척 당시를 떠올리는 도로와 철도, 하늘과 땅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달려도 변하지 않는 풍경 속에 차는 여전히 거대한 원의 중심에 있건만, 내가 지루하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파노라마처럼 흐르는 상념속에서 나는 그 황무지가 광야로 보였고, 광야는 내게 강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사랑의 장소로 각인된 때문이지요.  


모세를 따라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은 친히 광야에서 훈련시킨후에야 가나안 입성을 허락하셨지요. 경험자만 느끼는 신비한 사랑의 장소! 회고하면, 보잘 없이 평범한 인생이지만, 나도 많은 광야를 만나 씨름했고,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축복의 전조였던가를 되새기니,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갑자기 풍경이 달라지며 온통 하얀 눈밭이 차창 밖에 전개됩니다. 대염호(Salt Lake)에 접근한 모양입니다. 처음보는 소금바다에 탄성을 지르는 동안 차는 유타 주의 주도 솔트레이크씨티에 입성합니다.
다음 날, 조식 후에 다운타운 산책에 나서니 심신이 아주 상쾌합니다. 오늘 이동은 3시간 거리의 Idaho Fall 까지라서 여유롭네요. 로키의 지류인 와사치산맥 기슭, 표고 1,300m 높이에 자리잡은 고원도시라서 그런지 하늘과 햇빛, 공기, 그리고 바람이 밝고, 맑고, 깨끗합니다. 웅장한 주 청사와 몰몬교 본부가 입지한 Temple Square의 오래된 대성전 등을 구경하고 미국 전역에 체인점을 가진 Brio레스토랑에서 만족한 정찬을 했습니다.
1869
년 대륙횡단열차가 개통된 서부지역 교통의 요충지이며, 2002년 동계올림픽의 개최지로서 북미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데도, 낮은 인구밀도 탓인지 한적하고 깨끗한 거리풍경이 매우 인상적인 도시였습니다.


Idaho Fall 로 가는 길은 연방도로 15번 하이웨이를 타고 도시의 북쪽으로 출발합니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나타납니다.  광활한 초지가 계속되지만 촌락과 목장이 연이어 나타나 강원도 산간지방과 제주도 목장을 연상시키는 목가적 풍경입니다. 표고 1,400m 고지에 인구 6만의 아이다호폴은 관광요충지로서 세련된 숙박시설을 제공합니다. Marriott 체인점이지만, 우리가 스윗룸이라 부른 숙소는 별실 2개와 넓은 거실을 구비하여 모처럼 여독을 풀 수 있을 만큼 푸근합니다. 석양에 산책한 스네이크강변은 로맨틱 했고, 뜻밖에 한국전쟁 참전기념 조형물도 볼 수 있어 정다웠습니다.


4. 
천혜의 땅에서 발견한 공익정신 아이다호폴을 출발한 15 하이웨이는 Victor타운에서 33 지방도로에게 바통 터치하고 산악도로는 잠시 후에 우리를 티턴고개에 (Teton Pass 해발2,570m) 내려놓습니다티턴산맥 남쪽 안부이며 유명한 잭슨홀 골짜기의 시발점인데표지판에도 '서부의  End of West'이라 있습니다대륙횡단자가 로키산맥을 넘는 통로이지요고개를 내려가면 와이오밍주 Wilson 타운이고 잠시 후에 잭슨 홀에 닿습니다.


잭슨홀은 (Jackson Hole) 티턴과 옐로스톤을 포함하는   Greater Yellowstone의 남쪽 입구지만, 이곳이 유명한 것은 매년 세계 유수의 금융지도자들이 스키리조트에서 포럼을 개최하기 때문이지요.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티켓과 지도를 받고 숙소를 (Jackson Lake Lodge) 향해 북상합니다. Greater Yellowstone 은 그 광대함이 상상을 초월해요.
자료에 의하면 옐로스톤이 9,000 평방키로미터, 티턴이 1,200평방키로미터이니, 서울면적인 605평방키로와 비교해 보면 대강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옐로스톤이 1871년에 세계최초로 국립공원 지정을 받았지만, 지금처럼 세계인의 각광을 받게된 것은 존D.록펠러2(1874-1960)의 공헌 때문이지요. 지도에 실린 국립공원 측 자료에 의하면, 그가 1920년대에 잭슨홀 을 방문하고 그 지역의 무계획적인 개발에 충격을 받았대요. 그는 자연 생태계의 'Wilderness' 를 보전하여 인류에게 그 가치를 계승시키자는 철학이 있어서, 지금 GreaterYellowstone 지역의 땅을 매입하여 국가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그 뜻이 구현된 것이 1972년에 지정된 존D. 록펠러2세 기념 ParkWay 인데, 그랜드티턴과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연결하는 경관도로입니다. 左로 4,000m 웅장한 티턴산맥, 그리고 스네이크 江을 따라 전개되는, 눈이 따르지 못할 정도로 광활한 들판에 조성된 Park Way를 올라가면서 도저히 터져나오는 감흥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에 만주벌판을 첫대면한 소회를 기록하며 '아하, 여기야말로 사내가 한번 울만한 장소구나' 하고 탄식했는데, 바로 그 느낌이었어요. 하늘, 구름, 햇빛 그리고 들판을 스치는 청량한 바람, 맑은 공기. 더 이상 꿈꿀 수 없는 자연의 손길이 삶에서 얻은 상처 위를 쓰다듬고 지나갈 때, 누구인들 그렇지 않으랴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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