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두 팔 다소곳이 오므려 수줍게 포개이고
뻘쭘하니 무안스러운 긴 다리 사이 감춰진
타고 내리는 먹히는 아픔
신음 한 번 질러내지 못한 채
초라히 오그라들어 타 내려간
생명이 떠나버린 검은 나신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는 을씨년스러움
수천 년 살아온 거대한 밑동 아름드리
소나무 딱정벌레 코웃음 흘리는 비아냥
찬찬히 좀 먹혀 갉히어
쓰러져 죽어가는 숲
거친 숨 내몰며 물안개만 꼭 보듬고
눈에서 뿜어내는 연기
하늘까지 닿아 보려 치켜 뜬
성난 산
엉키는 애처로움
죽음의 그림자도 잠시
잰 걸음 살아있는 다람쥐
장난 거들어 달라 턱 쳐드니
남아있는 너희와
어린 순 옮겨 심으며
생명의 물줄기 다시 돌아올새
술렁이는 웃음소리
바람에 스쳐 들려지게 애써 바래야지
*매닝 파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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