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밴쿠버에도 원주민 유해 묻혀있나?···조사 착수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노스밴쿠버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도 어린이 유해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제기돼, 원주민 부족 연합이 조사에 착수했다.

스쿼미시(Squamish), 머스케엄(Musqueam), 슬레일-와투트(Tsleil-Waututh) 부족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스밴쿠버에 위치한 세인트 폴(St.Paul’s) 원주민 기숙학교를 다니다가 끝내 집으로 귀환하지 못한 어린이들에 대한 행방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인트 폴 원주민 기숙학교는 가톨릭 교회가 지난 1899년부터 1959년까지 운영한 학교로, 2000명이 넘는 원주민 어린이들이 강제로 이 학교에 보내져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학교는 메트로 밴쿠버에 위치했던 유일한 원주민 기숙학교였다.

세인트 폴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는 현재 가톨릭계 사립학교인 세인트 토마스 아퀴나스(St. Thomas Aquinas) 세컨더리 스쿨이 세워져 운영되고 있다.

정확히 몇 명의 원주민 어린이가 이 학교 재학 중 사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 1904년부터 1913년 사이에 12명의 어린이가 이 학교 재학 중 사망했다는 자료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켈실렘(Khelsilem) 스쿼미시 원주민 의회 대변인은 “자료로 남겨진 사망 어린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원주민 사회의 치유를 위해서는 세인트 폴 기숙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방법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에 있으며, 기숙학교 부지에는 지난 60여 년에 걸쳐 학교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원격 탐사 조사와 생존자 증언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서는 올 5월 캠룹스를 시작으로 크랜브룩, 서스캐처원 등 전국 각지에 위치한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잇따라 총 1000명이 훌쩍 넘는 원주민 유해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캐나다에서는 원주민 기숙학교를 운영했던 가톨릭 교회와 캐나다 정부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고,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다”며 재차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10일 연방정부는,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 대한 조사와 기숙학교 생존자 및 지역사회를 위해 총 3억 21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사진=세인트 폴 기숙학교 부지 안에 있는 원주민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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