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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그림자

시_정현종, 감상평_이명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9-13 09:10

시 정현종 

감상평 이명희 / 캐나가다 한국문협 회원



형체 있는 건 형체 없는 것의 그림자

소리 있는 건 소리 없는 것의 그림자

색 있는 건 색 없는 것의......

그렇다면?

보이는 건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

들리는 건 안 들리는 것의 그림자

그리움의 그림자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

아 그리움의 그림자


시인의 내면이 드러난 시. 그리움의 미학. 마음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감정. 그리움을 상징적이고 추상적으로 정의를 내린 시. 독자의 상상이 궁금하다.


“형체 있는 건 형체 없는 것의 그림자/소리 있는 건 소리 없는 것의 그림자” 1~2행


그리움에서 발상한 시어지만 세상 유의 개념은 꿈같아 결국 허무하다는 의미로 느껴진다. 어떤 작가는 그리움을 형이상학적 이미지로 보았는데 나는 쉽게 말해 아픔이 승화한 것으로 본다. 허무는 사전적 표현으로 ‘세상의 진리나 인생 따위가 공허하고 무의미함을 이르는 말’이다. 시인이 애써 구사하려는 실체, 형체 없는 그림자야말로 허무를 통해 얻은 평안이다.


“색 있는 건 색 없는 것의.../그렇다면?/보이는 건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들리는 건 안 들리는 것의 그림자” 3행~6행


[그리움의 그림자]는 복선이 깔려 있다.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쓴 시가 아니다. 형체, 소리, 색, 보이는, 들리는, 있는, 이와 같은 표현은 그의 시 [외출]이 더 구체적이다. ‘여기 우리는 나와 있네/고향에서 멀리/바람도 나와 있고 불빛도/평화가 없는 데를 그리움도 나와 있네’ 그러나 이 시에서의 그리움은 하나의 대상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뜬구름 잡기가 아닌 자신만이 아는 그림자를 확실히 그리워하고 있다. 시인의 감성은 고조되어 있다. 대상에 촉을 세우고 있다. 허무나 슬픔은 물러갔는데 아직도 그리움이나 외로움이 슬그머니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온다. 그것은 대상이 과거일 수도 있고 현재일 수도 있다. 모두가 사랑과 맥이 통한다. 시인은 “새로 태어난 말보다 더 신선한 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 아직 발굴되지 않은 말, 미래의 말. 그러니까 내 말이 신선하려면 고독이라는 오크통과 침묵이라는 효모가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이 시는 불자의 독백 같으나 알 수 없는 대상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리움의 그림자/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아 그리움의 그림자” 7행~9행


시를 이해하고자 할 때 첫째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야 하고, 그 다음은 시인의 정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시인은 그리움을 심각한데 두지 않았다. 그는 사랑과 이별을 겪은 다음 그리움조차 다스릴 줄 아는 자기 세계, 피안의 세계에 안주해 있다. 


시의 사유가 깊은 데는 시인이 철학을 전공했고, 기자 생활과 국문학 교수직을 통해 많은 작품을 출간한 전문인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결혼. 이혼. 사랑. 문학을 열정적으로 펼친 자유로운 영혼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침묵 속에서 발효되고 정제되었다. 그는 진정 별아저씨다. 파란만장한 삶을 묘사하는 시인인데, 어떤 언어로 빚어낼지는 시인의 능력인 같다. 인간은 백조처럼 우아한 척하지만, 생존을 위해 수없이 허덕이다가 결국 유보다는 무가 평안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시에서 감정도 아껴야 하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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