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원수와 웬수의 차이

박혜정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10-19 16:34

박혜정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원수와 웬수는 유머의 차이이다. 한 예로 부부가 한 팀이 되어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
있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의 순서에 답이 ‘천생연분’인 문제였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당신과 나
사이?” 할머니가 “웬수” 할아버지가 당황해서 소리치며 “네 글자로?” “평생 웬수!” 그런데
남자들이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지는 엄청 궁금하다.
원수는 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고, 웬수는 ‘운명 공동체’로써 같이 살아야 되는 사람이다.
하여튼 원수든 웬수든 “원수를 사랑하라.” 까지는 힘들어도 “미운 아이(사람) 떡 하나 더 준다.”
라는 심정으로 좀 너그럽게 봐주면 내 정신건강에 유리한 것 같다. 이말 뜻이 밉다고 떡을 주지
않는 것에서 조금 양보해서 하나쯤 줘 볼까? 하는 정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속뜻은
미울수록 더 정답게 대해야 미워하는 마음이 가신다는 말이라는데…. ‘미울수록 더 정답게
대한다?’ 이건 엄청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상대방을 용서하면 옛날식으로는 화병이
줄어들고 요즘 식으로는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상대가 언제부터 웬수로 보였을까? 신혼 초에 눈에 씌워진 콩깍지가 벗겨지면 그때부터
상대방의 성격, 독특한 취향 등 나와는 다른 점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부터 인 것 같다. 그리고
꼭 아이들을 걸고넘어지면서 맘에 드는 것은 전부 나를 닮았고 안 드는 것은 다 상대편을 닮은
것이 된다. 부부 싸움이 큰일에서 비롯되면 물론 이혼의 사유가 될 수 있겠지만 보통은 아주 작은
것 별 것 아닌 문제부터 시작된다. 일단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화부터 내면서 말을 한다. 별것도
아닌데 왜 저러지? 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이 상한다.
원수까지 용서하기에는 많은 노력과 종교적인 깊은 묵상까지도 필요하겠지만, 웬수는 내 것에
대한 집착 (예를 들면 내 인생도, 내 꿈도, 내 자녀도 내 것이라 내 뜻과 내 계획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 양보하고, 지금은 밉지만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 해 볼 겸 또
좋았던 기억을 억지로라도 꺼내서 계속 머릿속에서 돌려보기를 하면 조금은 이해가 되며 화가
누그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같이 사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상대방의 장점보다 단점이 눈에 보이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 단점들을 인정하면서 어느 정도 도인(?)이 되어 크게 눈에 띄지도 않게 된다.
그렇게 지내다 아이들이 결혼 등의 이유로 집을 떠나면 신혼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다시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이젠 둘이 싸우면 아이들이 없어서 화해할 건수도 적어진다.
그러다보면 싸움이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다.
상대방이 평생 웬수로 안 보이는 경우의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미운 정, 고운 정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만들어져서 가족이 함께 해온 희로애락의 세월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불화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게 되는지도 모른다.
간혹 혼자 오래 사신 분들에게 남편과 싸워서 꼴도 보기 싫다고 하면 “쓰레기만 버려줘도 얼마나
고마운지…, 그것만 평생 모아도 만 불은 될 거야.” 라고 농담을 하시면서 노래가사처럼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고 하신다. 거꾸로의 경우에도(부인을 생각하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적응을 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이제는 서로가 필요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 덜하겠지만, 둘이 재미있게 살아 볼까하면 웬수 중 어느 한 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때 비로소 빈자리가 느껴지고 상대방에게 잘 하지 못한 것만 생각난다고 한다.
그러니 서로 있을 때 잘해보려는 노력을 이제부터라도 해 보면 어떨까? 마음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이생에서의 짧은 만남조차 시샘하는지야속한 세월은 십여 년이란 시간을바람처럼 빼앗아 가버렸습니다이제는 편안해 지셨는지 여쭤보면이미 백발 성성해진 자식들 걱정에묵주 잡은 두 손 모으시며이내 눈가에 이슬이 맺히십니다당신의 슬픈 눈빛허황한 산등성이에 홀로 남겨 놓고애써 태연한 척 손을 흔들며목젖 아프도록 눈물 삼키면서 뒤돌아섭니다언제 다시 찾아올까기약 없는 약속만 다짐하며가을바람 황량한 산길을 떠나옵니다백미러로...
김만영
흔들리며 산다 2021.10.19 (화)
새가 날아간다노을 진 하늘가에 새들이 날아간다.마른 씨앗을 삼키고 뼈 속을 비우고, 새들은 그렇게 만리장천을 건너간다. 날아가는 새들이 쓸쓸해 보이는 건 가을이 어지간히 깊어졌다는 뜻이다. 둑이 일렁인다. 바람 부는 강둑에 억새 밭이 일렁인다. 몸 안에 남아있는 마지막 물기까지 바람결에 훌훌 날려버린 풀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 중심을 잡는다. '드러누우면 끝장이야.' 저희끼리 그렇게 사운대는 것 같다....
최민자
휘슬러 인근 해발 2,000m고원의 한 호수 새벽 연주회야생 악사 기러기들호면의 리라 현(弦)을 뜯으며 윤슬 가락 탄주한다새벽 조각달 물 위에 뜬 월광 3악장잔월은 부서지며조각 건반 이어진다  늦잠 자던 태양귀를 쫑긋 세우며 손을 움직인다삐거덕 문짝을 연다살짝 젖혀진 창문 아래수면 위 앉아있던창백한 얼굴빼꼼히 눈꼬리를 찢는다연주는 멈춰졌다갑자기 눈 덮인 산 위로훌쩍 몸을 솟구치는 초승달어깨를 들썩인다쏟아지는...
하태린
기도 2021.10.19 (화)
뒤뜰 장독대 위에 정화수 한 그릇 놓여있다 매일 밤 어머니는 무엇을 저리도 비시는 걸까문틈으로 지켜보다 살금살금 다가가 장독대 위에 놓인 물그릇을 들여다본다 그 속엔 그만 달이.
김회자
원수와 웬수는 유머의 차이이다. 한 예로 부부가 한 팀이 되어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있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의 순서에 답이 ‘천생연분’인 문제였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당신과 나사이?” 할머니가 “웬수” 할아버지가 당황해서 소리치며 “네 글자로?” “평생 웬수!” 그런데남자들이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지는 엄청 궁금하다.원수는 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고, 웬수는 ‘운명 공동체’로써 같이 살아야 되는 사람이다.하여튼 원수든...
박혜정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이모, 이모는 어렸을 때 뭐하고 놀았어요?”친한 언니의 딸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이는 오징어 게임 열풍을 겪으며 한국 과거의 놀이가 궁금했나 보다. 무엇을 했던가? 나는 어떤 놀이를 했었던가 기억을 더듬으며 아이에게 설명해주려고 했다.“음…… 딱 하나만 하고 논 건 아니야. 이것저것 하고 놀았는데, 우리는 아무래도 고무줄 놀이를 많이 했지?”“고무줄이요? 고무줄로 어떻게 놀아요?”아이는 고무 밴드...
윤의정
메리의 오솔길 2021.10.12 (화)
김철훈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캐나다에서 내 아내는 메리가 되었다치매 걸린 냄비가 소방벨을 누르고노인의 기침 소리 벽 넘어 들리는성냥갑 속에 가난한 메리가 산다​두더지 땅굴 나서듯 초원으로 나가자!​호수를 낀 둘레길을 걷다꿩 소리 들리는 갈대 언덕에 오른다흰 산들이 하늘과 맞닿아 둘려쳐있고갈대숲과 호수가 내려다 뵈는20미터 짧은 오솔길에는굵은 체리 씨앗 섞인 곰 똥이 보인다곰도 이 길이 좋았나 보다뷰 포인트 메모리얼 벤치에...
김철훈
박명숙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우리집 정원에는 변함없이 4년째 그자리에서 짙은 연홍색의 연산홍이 향기를 내며 온 정원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그 꽃을 바라볼때마다 생각나는 분들이 계신다연산홍. 무궁화.은행나무 감나무 국화꽃.등등...그분들의 흔적이 우리집 정원에는 가득 채워져 있다....
박명숙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