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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러셋 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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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10-19 16:40

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휘슬러 인근 해발 2,000m
고원의 한 호수 새벽 연주회
야생 악사 기러기들
호면의 리라 현(弦)을 뜯으며 
윤슬 가락 탄주한다
새벽 조각달 
물 위에 뜬 월광 3악장
잔월은 부서지며
조각 건반 이어진다
 
 
늦잠 자던 태양
귀를 쫑긋 세우며 손을 움직인다
삐거덕 문짝을 연다
살짝 젖혀진 창문 아래
수면 위 앉아있던
창백한 얼굴
빼꼼히 눈꼬리를 찢는다
연주는 멈춰졌다
갑자기 눈 덮인 산 위로
훌쩍 몸을 솟구치는 초승달
어깨를 들썩인다
쏟아지는 쇳조각
음표 박편들
까마득히 멀리 
짤랑짤랑 울리는


악기를 걷자마자
파드닥 날개 뻗는 소리
금빛 음표를 향해
허공을 지그재그
날카롭게 베어 오른다
그 틈을 노려
태양의 뜨거운 칼날
내쳐진다 일직선으로 갈라진
소리 없는 단발마
 
흰 눈(雪) 얼기설기 
물안개 가물가물
삐죽 솟은 푸른 침(針) 
비단선(線) 모락모락
액자 속 그 여름
여명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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