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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골프 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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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10-28 16:39

민완기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귀가 순해진다는 육학년, 이순(耳順)반열에 등극하면서 늘 비슷한 일상 가운데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은 토요일 새벽, 교회 젊은 집사님들과의 운동시간이다. 해가 긴 여름철에는 어김없이 5시
기상을 하지만, 요즘 같은 우기철에는 6시쯤 일어나 행여 마나님 깰세라 조용히 차려 입고,
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트래블 머그잔에 커피를 내린다. 간식을 나누어 먹는 기쁨이 큰지라 오늘
일용할 주전부리를 챙기는것도 빠뜨리지 않게 된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마치 유격 훈련장에 출장하는 올빼미 마냥 개인
화기 대신 골프채와 우산을 카트에 싣고는 체크인을 하자마자, 연습 그린에 모여 각자
그린스피드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일주일간 각자의 생활터전에서 지낸 안부를 서로가 묻고는 준비해온 간식을 교환하고 이내
검사(劍士)의 얼굴이 되어 각자의 드라이버로 몸을 풀기 시작한다. 어느 썸이나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정해진 룰들이 있기 마련인것처럼, 우리 four some은 학교등록금을 10불씩 내고 1,4등과
2,3등으로 편을 먹는 라스베가스 게임을 즐겨한다. 매 홀 팀원이 바뀌니, 이번 홀의 동지가 다음
홀에는 적이 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서 홀마다 나로 인해 게임을
망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방식이다. 물론 우리는 17홀까지 돌고 나면,
각자의 손익계산서를 점검하여 그때까지의 승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인비테이션 경기를 열기
때문에 경기가 끝난 후 주머니에는 도로 원금 10불이 들어와 있고, 오로지 스코어카드의 영예만
가져가는 방식이다.

하루는 멤버 중 한 분이 게임 중에 간절한 기도문을 소개해서 배를 잡은 기억이 새롭다. “오늘도
우리 골프썸을 위해 기도합니다 뱀샷과의 싸움에서 승리케 하시고, 뒷땅을 통하여 땅을 경작하게
하소서 널부러진 돈까스를 만들지만 말고 꼭 복구하게 하소서 벙커와 헤져드를 극복하고,
홀인원의 기적과 싱글패의 영광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다만 적들의 구찌에 흔들리지 않게 하시고
머리를 고정케하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게 하소서 치킨윙을 멀리하게하사 굿샷과
오잘공의 은혜가 늘 함께하게 하소서 대개 버디와 이글과 싱글의 영광이 영원히 있사옵니다 아멘
“ 간절한 그 기도에 응답을 받아 그 분은 그날 챔피언에 등극했던 기억도 새롭기만 하다.

토요썸은 그 모임의 연장자로 좌장의 역할을 해야하는지라 웬만하면 OK를 주게 되고 그저
젊은 피들이 함께 어울려주는 것만으로도 땡큐하는 마음이지만, 최근 문인협회 멤버들 몇 분과
새롭게 시작한 월요썸에서는 아직까지는 가장 막내인지라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고 형님들에게

푸근하게 기대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게다가 그 모임 좌장이신 분이 매번
준비해오시는 김밥은 그 맛이 환상적이다 못해 한 획을 더해 환장할 정도라고 해야 할 경지이다.
오죽하면 우리끼리 마약 김밥이라 부를까…

이민 생활 가운데 그 얼마나 큰 즐거움과 도락이 있겠냐마는 ‘토요일은 무조건 큰 형님’으로,
부정기적이긴 하지만 ‘월요일은 막내’로 지내는 이 순간이 내게는 君子三樂에 버금가는
즐거움이다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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