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새롭게 쓴 “나무꾼과 선녀”(1)

김가림 ch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11-02 14:40

김가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평론> -전통과 창조의 유쾌한 로맨스 판타지-

새롭게 쓴 “나무꾼과 선녀”(1)
        
 
1. 계룡산, 선녀다방, 차림표
돌배 작가의『계룡선녀전』은 전통설화「선녀와 나뭇꾼」을 바탕으로 창작된 로맨스
판타지물이다. 이 작품은 전생(前生)의 북두칠성 별들인 ‘탐람성, 파군성, 거문성’의 선계(仙
界) 주인공들과 현생(現生)의 인간계로 환생한 이들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계룡산은 한국무속의 민속신앙의 근원 처(根源處)이자 집성 처(集成處)인 곳이다. 이
작품에서 계룡산(鷄龍山)은 한국무속의 칠성신앙을 상징하는 곳이며, 전생의
북두칠성이었던 등장인물들이 머문 신선계(仙界)의 공간을 상징한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북두칠성의 정기를 받은 각 별(星)에 해당하며, 각자 선계(仙界
)의 신선과 선녀로 등장한다. 따라서 계룡산은 하늘 세계(天界)이자 신선 세계(仙界)를
상징하는 신성한 神들의 공간(神聖處)이라 할 수 있다.
작품에서 ‘계룡산(鷄龍山)’은 신화와 과학,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레 연결하는
구심점으로 기능한다. 모든 서사의 근원(原)은 계룡산의 선녀탕에서 나뭇꾼과 선녀의
이야기에 근원하며, 이들의 오랜 갈등이 해결되고 귀일하는 회귀점(回歸) 역시 계룡산의
선녀탕(仙女湯)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선녀다방’은 현재 전직 선녀인 바리스타 ‘선옥남’이 운영하는 계룡산에 있는
까페이다. 그녀는 계룡산에서 홀로 딸 ‘점순’, 알 ‘점돌’과 함께 다방(茶房)을 운영하며, 죽은
나뭇꾼 남편 ‘바우새’가 환생해 돌아오기를 699년간 지극정성으로 기다리고 있다.
선녀임에도 죽은 지아비의 환생(還生)을 바라며 오매불망 그를 기다리는 선녀 선옥남의
모습은 한국 고전시가에 등장하는 순종적인 고대 여인(女人)을 연상시킨다.

현재 계룡산의 주민이며, 신선계의 선녀인 선옥남에게 선녀다방(仙女茶房)은 바리스타 일을
하며 생계를 해결하는 현생[現生]의 삶의 공간이자, 다도를 통한 수행으로 선녀로서 본연의
삶을 유지하게 하는 과거[過去]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즉, ‘계룡산’과 ‘선녀다방’은 대한민국 인간계 속에 존재하는 특수한 하늘세계의 별정공간(別
定空間)이다. 오직 이곳에서 신선과 선녀들은 머물며 다도 수행으로 선인(仙人)의 삶을
지속한다.
따라서 인간이라 할지라도 이 계룡산의 선녀다방에 들어오면 현생의 인간계(人間界)를 잠시
벗어날 수 있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은 신선계(神仙界)의 시공간(時空) 속에서 차향기의
평안함을 느끼고 자신의 영적수련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다향(茶香)과 휴식, 자기명상을 통하여 차를 음미하는 행위는 선계(仙界)의 깨달음,
자기성찰로 나아가는 특별한 영적 수행공간으로 기능한다.
셋째, ‘차림표’에 있는 독특한 다섯 가지의 커피 맛은 다양한 인생의 맛을
상징한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삶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들을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표현하였다.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이 어우러진 것이 우리 인간들의 삶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다섯 가지 커피향은 일반적인 희로애락에 더해진 삶의 고통(苦)의 맛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까페의 손님들은 ‘검은 물’ 커피를 주문하지 않는다. ‘검은 물’ 커피를 맛본 이들은
괴력의 강인한 힘을 일시적으로 얻는 놀라운 효능을 체험한다. 고통[苦]은 매우 강력하고
괴로운 맛이지만, 그 고통이 주는 깨달음 또는 삶의 전환 계기를 만드는 급진적 요소로
기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 맛이 희로애락을 상징하나, 작가는 다양한 커피의 정보를
알고 있는 바리스타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본다)
사슴의 눈물 [카라멜 알몬드의 너티함:哀], 참새의 아침식사 [깊은 바디감, 묵직한 고소함:
怒], 안돼요 공주님 [화사한 꽃향기, 발랄한 맛:喜], 달빛 엘레강스 [독특한 향미, 고소하고
달콤한 맛:樂], 검은물 [다크한 맛:苦]
따라서 선녀다방에 들어와 커피를 맛보는 이들은 단순한 커피가 아닌, 잠시 인생의 깊은
맛을 느끼고 소소한 깨달음과 평화를 느끼는 참된 다도(茶道) 수행자가 된다.
오직 선한 자,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순수한 자에게만 진실한 눈(眼)이 있어 699년 세월의
나이로 늙은 할머니 모습인 ‘선옥남’이 실상 어여쁜 이십대 아름다운 선녀 ‘탐랑성’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선녀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우리가 사는 거짓 포장된 세계를
잠시 벗어나는 ‘귀한 탈출’이라 볼 수 있다.
현재의 인간계는 신선과 선녀를 볼 수 없으며, 선녀(仙女)라고 선옥남이 진실을 말하면
거짓이 되고 마는, 진실이 거짓이고 포장된 거짓이 도리어 진실로 통용되는 뒤바뀐
혼란스러운 현상계(現象界)이기 때문이다.
2. 익숙한 것의 뒤틀림, 유쾌한 전통의 재창조
『계룡선녀전』의 재미는 전통적 샤머니즘적 세계관을 현대적 범세계관으로 확장하여
흥미롭게 재창작해 놓은 데 있다.
첫째, 고전설화의 서사구조를 뒤집어 새롭게 현대적으로 각색하였다.

전통설화「나뭇꾼과 선녀」의 서사구조는 하늘로 떠난 선녀를 나뭇꾼이 기다리며 재회(再
會)하지만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반대로 만화『계룡선녀전』의 서사구조는 죽은
나뭇꾼을 선녀가 기다리며 결국에는 행복한 결말에 도달하고 있다.
고전설화에서 다루는 비극적 결말과 주인공의 깊은 슬픔이 비장미(悲壯美)를 주는 고대
동양[古代 東洋]의 전통적인 서사구조라면, 판타지적 전개를 통해 행복한 결말에
도달하는『계룡선녀전』은 분명 현대 할리우드[現代 西洋]의 해피엔딩 서사구조를 지녔다.
하지만 이러한 익숙한 것들의 반전과 뒤틀림은 만화를 읽는 독자들에게 만화보기의
즐거움을 전해준다.
둘째, 고전적 인물형의 새로운 재창조를 살펴볼 수 있다.
‘탐람성(星)’이었던 선녀 ‘선옥남’은 과거[過去] 선계[仙界]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선녀(仙
女) 선옥남은 ‘구세대’의 가치관을 의미하며, ‘과거’와 ‘늙음’을 상징한다.
반면, 바리스타(Barista) 선옥남은 현세대[現在] 인간계[人間界]를 상징한다. 변화무쌍한
현대의 가치관을 상징하며, 전문직인 바리스타 일을 배우며 인간계에 부지런히 적응하고
있다. ‘현대’와 ‘젊은이’를 대변하며 변모 중인 것이다.
나뭇꾼 ‘바우새’와 선녀 선옥남의 딸 ‘점순’은 평소 고양이지만, 사실 호랑이이다. ‘점순’은
전생에 호랑이에게 물려 손가락이 없는 여아(女兒)로 살았고, 현재는 ‘점순더범’의 필명으로
에로소설을 창작하는 작가이다.
그런데 이 ‘점순’의 이름 또한 김유정의 단편소설「봄봄」의 점순을 연상하게 한다. 기존
텍스트의 ‘점순’은 마름의 딸로 굉장히 외향적인 자기주도적인 능동적 여성주체로
기능하였다. 반면『계룡선녀전』의 ‘점순’은 ‘김금’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외향성을 감추고
타인의존적인 능동적 여성주체로 기능하고 있다.
정교수와 ‘김금’ 또한 주인공 ‘선옥남’과 삼각의 애정관계를 형성하며 독자를 즐겁고 또
혼란스럽게 만든다. 도입부의 극중 분위기는 이원대학교 생물학과 부교수인 ‘정이현’을
선옥남이 기다리는 ‘바우새’로 추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결말은 독자의 예상기대를
파괴하고, 반전의 재미를 주며 정교수에 비하여 다소 가려졌던 생물학과 연구생 ‘김금’을
선녀의 나뭇꾼 ‘바우새’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렇듯 극중 인물들에 대한 예상외 반전(反轉),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롭게 창조한
인물형은 만화독자들에게 즐거운 재미를 선사한다. – (2)에 계속됩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캠퍼의 입양 2021.11.12 (금)
아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이 녀석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었다. 녀석의 나이와무슨 종자인지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까지 받아 보고 내게도 보여주었다.  &#39;중간치 보다 좀 작은 듯해야 내가 데리고 다니기 좋고, 털 많이 빠지는 것도싫고..&#39; 잔소리 하듯 중얼 거리는 나에게 아들은 녀석의 몸무게와 키는 어느 정도며 영국사냥개 스패니얼이 섞인 잡종이라며 엄마의 산책 견으로 좋을 거라 나를 안심시켰다.  동물 애호가...
김춘희
셋째, 전통 샤머니즘 가치관의 수용(受容)과 재창조(再創造)를 살펴볼 수 있다.한국 전통 무속에서 크게 신앙화 되는 것은 천신(天神)의 신격화인 칠성신앙[七星], 산신(山神)의 신격화인 산악신앙[山岳], 바다 계곡의 신격화인 용신신앙[龍神]을 들 수가 있다. 그렇게이들 작중인물들은 묘하게도 각각의 토속신앙들을 대변하는 기능을 한다.먼저 북두칠성을 신격화 한 ‘칠성신앙’은 선계의 북두성군[北斗七星], 이원대학교 까페터주신(地神)인...
김가림
하루살이 2021.11.02 (화)
그대들은 알려나천년을 하루같이하루를 천년같이라는 말을그대들은 또 알려나세월을 아껴라힘써 일하라하는 말씀을사랑해라용서해라성내지  마라탐내지  마라....하루를  천년같이한 세상 살다  보니난  이제  조금은알  것만  같은데...
임윤빈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했다. 기나긴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각자의처소에서 미증유의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이제 단계적이긴 하지만 다시 함께모임으로 공동체의 원형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 돌아오고 있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홀로 지내는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다시 예전과 같이 모이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있다. 우리의 자녀들 또한 온라인 수업으로, 대면하지 않고 수업을 듣는...
권순욱
<평론> -전통과 창조의 유쾌한 로맨스 판타지-새롭게 쓴 “나무꾼과 선녀”(1)         1. 계룡산, 선녀다방, 차림표돌배 작가의『계룡선녀전』은 전통설화「선녀와 나뭇꾼」을 바탕으로 창작된 로맨스판타지물이다. 이 작품은 전생(前生)의 북두칠성 별들인 ‘탐람성, 파군성, 거문성’의 선계(仙界) 주인공들과 현생(現生)의 인간계로 환생한 이들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첫째, 계룡산은 한국무속의 민속신앙의 근원...
김가림
친구야 2021.10.28 (목)
친구야산다는 것이때로는 어이가 없구나평화로운 너의 세상청청히 빛나던 큰 별이 지던 밤꽃바람도 밤 안개에 갇혀슬픈 몸사레로 목 놓아 울었다검은 폭풍우 몰아치고별이 사라진 모퉁이 인생 길눈물처럼 아린 그리움은 새가 되어 날아오르고못다 한 가슴 속 언어들은 뜨거운 빗물 되어 출렁거린다세상 짐을 이제 홀로 지고혼자 걸어야 하는 이 현실 앞에서무슨 말로 위로를 하리친구라는 이름이 오늘은 부끄럽구나어서 이 어두운 터널을...
김계옥
귀가 순해진다는 육학년, 이순(耳順)반열에 등극하면서 늘 비슷한 일상 가운데 삶의 활력소가되는 것은 토요일 새벽, 교회 젊은 집사님들과의 운동시간이다. 해가 긴 여름철에는 어김없이 5시기상을 하지만, 요즘 같은 우기철에는 6시쯤 일어나 행여 마나님 깰세라 조용히 차려 입고,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트래블 머그잔에 커피를 내린다. 간식을 나누어 먹는 기쁨이 큰지라 오늘일용할 주전부리를 챙기는것도 빠뜨리지 않게 된다.아침 안개가 자욱한...
민완기
추억의 여행길 2021.10.28 (목)
언제쯤 자유롭게 여행을 하게 되려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코로나 범유행 시기를 지내면서 여행에 얽힌 크고 작은 지난 일들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하와이섬 크루즈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출발하여 15일 만에 돌아오는 일정이 있어서 다녀온  적이 있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니 한결 수월할 듯해서 그 항해를택했다. 출항해서 5일 동안 망망대해만 바라보며목적지에 도착하면 5일간 이 섬 저 섬 하루씩관광하고, 다시  5일...
김진양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