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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쓴 “나무꾼과 선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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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11-12 17:00

김가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셋째, 전통 샤머니즘 가치관의 수용(受容)과 재창조(再創造)를 살펴볼 수 있다.
한국 전통 무속에서 크게 신앙화 되는 것은 천신(天神)의 신격화인 칠성신앙[七星], 산신(山神
)의 신격화인 산악신앙[山岳], 바다 계곡의 신격화인 용신신앙[龍神]을 들 수가 있다. 그렇게
이들 작중인물들은 묘하게도 각각의 토속신앙들을 대변하는 기능을 한다.
먼저 북두칠성을 신격화 한 ‘칠성신앙’은 선계의 북두성군[北斗七星], 이원대학교 까페
터주신(地神)인 남두성군 ‘조봉래’를 통해 나타난다.
북두성군[北斗七星]은 여전히 선계[仙界]에 머물며 이를 관할하고, 남두성군[南斗六星]은
현재의 인간계[人間界]에 활동하지만 시간을 다루는 절대적 능력을 지녔다. 세 명의 주인공인
정이현[巨文星], 김금[破軍星]. 선옥남[貪狼星] 또한 북두칠성에 소속된 별들로서 성수로서
과거 행적을 갖고 있다.
또한 바우새와 선옥남의 자녀, ‘점순이’는 호랑이(虎)로, ‘점돌이’는 알(卵)에서 청룡(龍)으로
등장한다.
호랑이[虎]는 전통적으로 산신[山神]의 상징적 존재이며, 청룡[龍]은 용신[龍神]의 상징적
존재이다. 결국 북두칠성[七星] 아래 산신[山神]과 용신[龍神]이 가족을 이루는 놀라운 구조가

계룡산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샤머니즘의 전통적 토속신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불교 사찰에 존재하는 삼성각(三聖閣)을 등장인물로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신선(神仙) 이미지를 동양적인 도교적인 신선의 모습이 아닌, 현대
아프리카의 흑인의 모습으로 설정한 점이다. 이는 동양(東洋)의 도교적 세계관으로 한정되는
신선의 범주가 범세계적 초월적 세계로 확장되어, 신선의 모습 또한 아시아계 인물 외에도
다채로운 인종의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해준다고 본다.

3.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깊은 주제
『계룡선녀전』의 현대적 배경공간인 ‘이원대학교’는 작품의 주제를 함축한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원은 두 개의 근원(二元)을 의미한다.
인간계의 대학교[大學校]는 기본적으로 무한한 궁극의 진리를 학습하는 학문의 근원처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학교’는 자연계에 존재할 때 무한한 대우주(大宇宙) 세계의 근원적
공간이기도 하다.
즉, 이원[二元]은 나와 남이 다르지 않고[自他不二], 인간과 자연 우주가 다르지 않으며[宇宙法
界一我], 우리의 삶과 배움 또한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듭 환생을 하며 다시 얽혀
만나고 갈등하며 사랑하는 인물들의 삶 또한 이 대우주[대학교]에서 살펴본다면 ‘전생-금생-
내생’으로 이어지는 삼생(三生)을 순환하는 영혼들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마치 불교
삼법인에서 강조하는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제법무아(諸法無我) 사상을 이들의 윤회하는
삶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듯도 하다.

二元大學校 = 一元大宇宙
나(我) = 남(他)
나(我) = 자연(自然) = 우주(宇宙)
삶 = 배움 = 환생
〓≫ 순환적 삶. 영혼의 성장 위한 삶. 우주와 하나 되는 삶.

따라서 ‘이원대학교’는 순환적 삶, 영혼의 성장을 위한 삶, 우주와 하나 되는 삶을 총체적으로
상징한다. 이를 위하여 거듭 생(生)을 반복한 주인공들은 이원대학교 까페(선녀까페의 도시

별관)에서 ‘커피(茶)’를 통하여 만남과 헤어짐, 설렘과 아픔, 사랑과 고통을 순환적으로 겪으며
자신의 영혼이 진정 찾고자 했던 본연의 길로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계룡선녀전』의 주제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운명관을 계승하고 있다.
극중 버려진 아이로 비극적 죽음을 맞이했던 전생의 소녀는 거문성(巨文星) ‘이지’로
환생한다. 정이현 교수로 환생하기 전 그녀는 비참한 삶을 거듭 맛보는데, 이에 대한 분노로
인간계에 이를 복수하다 그 벌전(罰)으로 사슴으로 강등되어 선계(仙界)에서 추방된다.
소녀의 분노와 억울함은 공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으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버려졌다
여겨진 불행한 그녀에 대한 비극적 진실은 작품 후반부에 등장한다.
마을의 가장 추한 늙은 여인이 굶어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뜨거운 죽을 들고 달려오다
결국 탈진해 죽고만 것이다. 그 공덕으로 환생한 파군성(破軍星)은 여전히 거문성 사슴을
도우며 생(生)을 거듭해 살아가지만, 거문성은 이를 모르고 파군성 바우새의 가족에게 수차례
비극을 전가시킨다.
한국인(韓國人)은 전통적으로 사주팔자라 하여 모든 삶의 결과는 주어진 인과응보 업보(業報
)에 따른 운명이라고 믿는 순응적 운명관(運命觀)을 지녀왔다. 남두성군[南斗六星] 조봉대가
깨우침을 주기 위해 거문성 이지에게 뒤늦은 진실을 보여주고, 시간을 되돌려 과거 비극 속
그녀를 거듭 살리고자 하나 아사(餓死)로 죽는 소녀의 비참한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모든 불행과 비극은 남(他)이 아닌 나(我)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세 명의 주인공들의
환생을 통한 반복된 삶을 통하여『계룡선녀전』은 묵직한 주제로 독자에게 다가서는 것이다.
불행과 원망, 미움과 분노로 이루어진 세상[世界]에서는 모든 잘못과 억울함이 남과 세계를
향한다. 그로 인하여 내 마음은 바늘자리 하나 없을 만큼 촘촘하고 날이 선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이 우주[根源]는 오직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 삶(生)을 반복하여 불쌍한 영혼을
깨우쳐 주고자 한다.
이는 삶의 행복이 남[他]을 원망하고 억울해하며 분노하기 보다는, 모든 원인(原因)을 나[我
]에게서 찾고 모든 것을 인정하고 순응하며 감사할 때 진정한 ‘참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행복[幸福]은 바깥 세계의 타인[他]이 아닌, 내적 세계의 나[我]에게서 찾기 시작할
때 조금씩 발견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가 전전하고 팠던 깊은 주제로, 모든 진실을 알고 참회하며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거문성 이지에게 북두성군[北斗七星]의 모습으로 전해지는 작가의 울림 있는 목소리일
것이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고, 강 건너와 이곳이 같은 곳임을,
하늘과 땅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깨달을 때,
너는 인간의 물리법칙을 벗어나 선인(仙人)으로 돌아설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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