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확산되면서 식품 물가가 더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로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달걀·가금류 공급이 줄고 가격이 급등하는 ‘프로틴플레이션(단백질+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예년보다 3주 일찍 내년 설 물가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치솟는 식품 물가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걀·우유·고기 사기 겁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5월 이후 조류인플루엔자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41국에서 발병했다. 전 세계 가금류의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인 폴란드는 지난달 초 조류인플루엔자로 닭과 오리를 100만마리 이상 살처분했다. 영국에서도 올해 들어 역대 최대 규모인 36건의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전 세계 가금류 가격은 12월 들어서 지난 1월보다 11.31%가 올랐다. 지난 1월 1일 6.0이었던 가격지수는 지난 10일엔 6.68이 됐다. 닭·오리 같은 가금류 가격이 오르면서 전반적인 육류 가격도 치솟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육류가격지수는 전년보다 16% 상승해 201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 11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4.4포인트로 넉 달 연속 상승하면서 10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이라고 할 때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 국제 가격 등락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조짐이 나타나면서, 달걀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8일 충북 음성의 한 메추리 농장에서 첫 고병원성 AI 발생이 보고됐다. 이어서 지난 11일 충남 천안의 또 다른 농장에서도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
국내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은 달걀값이 다시 금(金)값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작년 겨울에도 조류인플루엔자로 1700만마리가 넘는 산란계와 종계가 살처분되면서, 작년 12월 5000원대가량이던 달걀 한 판 가격은 이후 올해 2월 7000원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달걀 값을 잡기 위해 3억개 이상의 달걀을 수입했지만, 달걀 값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해당 기간에 알을 낳을 수 있는 산란계 공급이 계속 부족해서다. 산란계 병아리가 알을 낳으려면 최소 6개월은 자라야 한다.
실제 지난가을 하락세를 보였던 달걀 가격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달걀(30개) 소매 가격은 지난 10일 6226원으로 한 달 전(5972원)보다 4% 넘게 뛰었다.
◇자장면·김치찌개마저… 계속 뛰는 외식 물가
외식 물가도 연일 상승세다. 12일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삼겹살 가격은 200g 기준 1만765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4%가 올랐다. 유통 업체 관계자는 “최근엔 글로벌 사료 가격 급등과 물류 대란으로 소고기·돼지고기 가격도 작년보다 20% 안팎 올랐다”며 “음식의 주재료인 육류 가격 상승이 외식 물가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외식 메뉴로 꼽히는 자장면도 서울 기준 5615원으로 6.6%가 올랐다. 서울 지역 식당에서 판매되는 김치찌개 가격은 평균 7077원으로 작년보다 5.1%가 오르면서 7000원을 넘게 됐다. 전 세계 곡물 가격 상승으로 간장과 된장 가격도 같이 오르고 있다. 12일 기준으로 전국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된장의 평균 가격은 7304원으로 한 달 전 6315원보다 1000원 가까이 올랐다. 간장도 1만2574원으로 한 달 전 1만1030원보다 1500원가량 상승했다. 외식 업체 관계자는 “식재료 가운데 안 오른 품목을 찾기 어렵다”며 “음식값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틴플레이션
단백질을 뜻하는 영어 프로틴(protein)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코로나 확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우유·달걀·육류의 가격이 치솟는 현상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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