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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서려면 히잡 벗어라”··· 퀘벡주 교사 해고 논란

남지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12-15 09:06

캐나다 퀘백주 첼시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생 담임을 맡았던 교사 파테마 안바리는 이달 초 해고됐다. 수업 중 히잡을 썼다는 이유였다. 지난 10월 말 이 학교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불과 한 달만이었다. 안바리는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해고 통보를 받은 순간 정말 충격적이었다”며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올해 3월 임용된 신규 교사이지만, 어쩌면 영영 교단에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 퀘백주에서는 교편을 잡으려면 히잡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바리의 해고를 계기로 캐나다에서 퀘벡주의 ‘세속주의 법’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퀘백주는 공립학교 교사, 경찰, 판사 등 ‘권위 있는 위치에 있는’ 공무원이 근무 시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히잡이나 터번, 키파(유대인들이 착용하는 테두리 없는 모자) 뿐 아니라 십자가도 드러나게 착용해선 안 된다. 정치와 종교는 철저히 분리되어야 하므로 공무원들이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표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시행된 이 법은 ‘세속주의 법’ 혹은 ‘법안 21호’로 불린다.

이 법은 퀘벡주의 뿌리 깊은 세속주의에서 비롯됐다. 퀘벡주에서는 1960년대 ‘조용한 혁명’이라 불리는 사회 개혁 운동이 벌어져 수십년 간 지역 사회를 주무르던 가톨릭 교회의 영향력이 수그러들고 급격한 세속화가 이뤄졌다. 이후 종교는 공공 영역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이렇게 형성된 퀘벡주의 독특한 세속주의 전통은 이 지역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퀘벡주에서는 법안 21호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상당하다. 프랑수아 레고 퀘벡주지사는 이 법을 두고 “합리적인 법”이라며 “(안바리가) 애당초 고용되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퀘벡당 소속 퀘벡주의원 파스칼 베루베는 “그가 해고된 건 법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법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그녀는 히잡을 씀으로써 모종의 의사 표현을 한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어를 쓰는 퀘벡주는 캐나다 주류인 영어권 인구에 둘러쌓여 있어 정체성과 종교 문제에 대단히 예민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퀘벡주 안팎에선 반대 목소리가 만만찮다. 특히 무슬림 이민자들의 반대가 거세다. 옷으로 가릴 수 있는 십자가 목걸이와 달리 히잡이나 터번은 쉬운 타깃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법안이 캐나다 권리장전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이 종교의 자유 뿐 아니라 직업 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퀘벡주 측은 근무 중에만 복장을 규제할 뿐 공무원의 사생활에 간섭하는 게 아니므로 종교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캐나다 내 영어권 지역 사회에서도 반감이 높다. 안바리가 일하던 학교 측은 “우리도 이 법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퀘벡주 시민으로서 법에 따를 뿐”이라고 했다. 한 학부모는 CBC에 “이건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가치가 아니다. 그녀가 해고된 이유를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안바리에게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법은 각종 소송에 휘말려 있다. 지난 4월 퀘벡교사연합 등이 제기한 소송에선 퀘벡주의회 의원과 영어권 학교 교사가 법 적용 예외로 인정된 바 있다. 그러나 퀘벡주 정부가 이에 항소하면서 소송은 항소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데다가 연방 정부가 나설 수도 있어 공이 연방 대법원까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13일 법안 21호에 “분명히 반대한다”면서도 퀘벡주와 불필요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즉각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어떤 시점이 오면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앞서 프랑스에서도 지난 2004년 공립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면서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2018년엔 덴마크가 공공 장소에서 니캅이나 부르카 등 얼굴을 가리는 무슬림 의상의 착용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34유로(약 18만원)를 부과하겠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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