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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英여왕도 반한 산청곶감, 세계로 뻗어간다

김수영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1-02 13:41

“저 산 하나만 넘으면 지리산 천왕봉 아입니까. 해발 300m에 덕장이 있으니 아침 저녁 온도 차가 커 곶감이 맛있게 마르지예.”

경남 산청군 시천면 한 곶감 건조장에서 농부가 주렁주렁 매달려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곶감을 살펴보고 있다. 지리산 기슭 해발 300m에 있는 이 건조장에서 40여 일간 말리면 달큼한 산청곶감이 된다. 올해 풍작을 맞은 산청곶감의 당도는 일반 곶감 당도인 35브릭스(Brix)보다 높은 55브릭스에 달한다고 한다. /김동환 기자
경남 산청군 시천면 한 곶감 건조장에서 농부가 주렁주렁 매달려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곶감을 살펴보고 있다. 지리산 기슭 해발 300m에 있는 이 건조장에서 40여 일간 말리면 달큼한 산청곶감이 된다. 올해 풍작을 맞은 산청곶감의 당도는 일반 곶감 당도인 35브릭스(Brix)보다 높은 55브릭스에 달한다고 한다. /김동환 기자

지난 28일 찾은 경남 산청군 시천면 한 곶감 농가에서 만난 홍봉의(60)씨가 아이 손바닥만 한 곶감을 내밀며 말했다. 그를 따라 곶감 건조장에 들어서니 높이 4.5m 천장 아래로 주렁주렁 100개씩 매달린 주황빛 곶감 5만여 개가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시큼하면서도 달큼한 곶감 향이 마스크를 뚫고 코끝을 자극했다. 40여일간 말리는 이곳의 곶감 당도는 일반 곶감 당도인 35브릭스(Brix)보다 높은 55브릭스에 달한다고 한다. 홍씨 아내 문필선(61)씨는 “올해는 농가마다 곶감 생산량이 작년보다 늘었다”며 “하루 택배 주문 건수만 50건씩 밀려든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호평한 산청곶감… 아마존 진출도 추진

산청곶감은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 넘게 늘 정도로 풍작을 맞았다. 곶감을 만드는 떫은 감인 고종시(高宗柿)가 풍작이라 곶감 생산량도 2020년 2100t에서 지난해 약 2800t으로 늘었다. 생산액 역시 2020년 300억원에서 100억원 넘게 늘어 4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산청곶감은 곶감계의 명품으로 손꼽힌다. 2010년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홍보차 선물했는데 여왕이 ‘산청곶감의 오랜 전통이 흥미롭고, 포장도 아름답다’는 내용의 감사 편지를 산청군에 보내왔다.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온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만찬 때 나온 후식도 산청곶감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보낸 감사 편지 -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2010년 1월 왕실 사무총괄 차관보 마크 플래너건을 통해 산청군에 보내온 감사편지. /산청군
엘리자베스 여왕이 보낸 감사 편지 -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2010년 1월 왕실 사무총괄 차관보 마크 플래너건을 통해 산청군에 보내온 감사편지. /산청군

경북 상주, 충북 영동과 함께 국내 3대 곶감 주산지인 산청에는 시천·삼장·단성면 등에 곶감 농가 1300여 곳이 있다. 농가마다 연간 수만 개에서 100만개씩 곶감을 생산한다. 해마다 10월 말 고종시 수확에 들어가 건조를 시작한다. 감을 깎아 말릴 땐 1접(100개)씩 세로로 매달아 40여 일간 말린다. 말린 감은 무게에 따라 40g 이하부터 최대 65g 이상까지 나눈다. 곶감이 마르면 모양틀로 곶감을 눌러 동그란 도넛 모양으로 찍어낸다. 최호림 지리산 산청곶감 작목연합회장은 “도넛 모양은 산청곶감의 트레이드 마크”라며 “수분이 고루 퍼지고 씹었을 때 식감도 찰져 고객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40여 농가가 힘을 모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도 아마존에 곶감과 비슷한 ‘말린 감(Dried Persimmon)’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산청곶감의 아마존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이지훈(53)씨는 “미국에선 곶감이 견과류 등과 함께 영양식으로 소비되고 있다”며 “상온에서 유통이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거나 미국 가정에서 곶감을 직접 건조해 먹는 방식을 개발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도가 나물, 간장, 유자 주스 등 94개 품목을 아마존에 입점시켰으나, 국내 곶감이 아마존에서 판매된 적은 없다. 입점을 추진 중인 농가들은 법인을 만든 뒤 국내 기업의 해외 전자상거래 수출을 지원하는 정부 지원을 받아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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