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 김 해 영
수많은 나날이 지나갔으나
오늘, 한 포기의 희망을 심으려 합니다
노랑총채벌레, 배추순나방, 벼룩잎벌레에게
양보하고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또 한 포기를 심는 까닭은
앞에 시간의 비탈이 놓여있고
기다림의 지게가 비어있기 때문입니다
제 홀로 초록잎 또아리치는 배추보다는
서로 기대어 비탈 가누는 노랑콩알을 심어보려 합니다
여기에도 붉고 푸른 공벌레는 슬겠지요
하지만 혹독한 한파가 콩깍지를 여물리고
짙고 깊은 어둠이 실처럼 여린 형제를 단단히 영글게 하겠지요
오늘 또 한 포기 심으며 희망을 갖는 까닭은
자주무늬병, 은무늬밤나방, 콩나방에게 상해를 입겠지만
단 한 알이라도 살아남아
비탈에 하이얀 버선꽃 지피리라는 기다림 때문입니다
수많은 나날이 지나
검질기게 살아남은 노랑콩대가
하나로 태어나 제 혼자만 아는 외톨이에게
기대어 살던 얘기 두렁두렁 들려 주리란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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