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선의로 아프리카에 기부한 옷들, 막상 현지에서는 대량 폐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도쿄에서 이 같은 문구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렸다. 사람들이 선의(善意)로 아프리카에 기부한 옷들이, 막상 현지에서는 파손이나 곰팡이, 혹은 현지 기후나 생활양식과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주최 측은 “일본과 미국, 유럽 등 국가에서 아프리카로 향하는 헌 옷은 연간 20억벌에 달한다”며, 이러한 ‘과잉 기부’가 낳는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의 한 스튜디오에 마련된 전시회에는 실제 가나에서 기부된 옷들이 현지 매립장으로 옮겨져 소각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 등이 전시돼 있다. 이를 기획한 일본의 아프리카 사업 개발 회사 ‘스카이어’의 대표 하라 유카리는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우리가 헌 옷을 기부할 때, 과연 그 옷을 자신이 받는다고 해도 기쁠 수 있을지. 또 우리의 기부는 어떠한 루트로 누구 손에 넘어가게 되는 것인지를 한 번쯤 멈춰 서 생각해볼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나의 수도 아크라엔 매주 1500만여 벌의 중고 의류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나의 인구는 3000만명가량으로, 인구 절반에 가까운 의류가 매주 들어오는 셈이다. 중고 의류 중 약 40%가 매립지로 향해 소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라 유카리는 가나의 예술가 셀 코피가의 작품을 접한 뒤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셀 코피가는 자국 슬럼가에 방치된 폐기 의류들을 모아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을 한다. 이번 도쿄 전시회에도 그의 작품이 걸렸다.
전시회 준비엔 패션을 배우는 20대 대학생들도 함께했다. 학생 측 대표, 도쿄외국어대 재학생 엘리사 차일즈는 “평소 찢어졌거나 색바랜 옷들이라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에 기부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가선 폐기돼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낳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옷을 살 때부터 본인에게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는 등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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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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