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시위 ‘몸살’ 캐나다···사회 분열 심화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연방정부의 백신 의무화에 반발하는 트럭 시위가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전국적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사회가 분열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본격화된 트럭 기사 시위가 처음 시작된 지 열흘이 됐지만 열기가 식기는커녕, 밴쿠버를 비롯한 전국 곳곳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밴쿠버서도 대규모 시위 열려

스스로를 ‘자유 호송대(Freedom Convoy)’로 칭한 시위대는 지난 토요일 밴쿠버에서도 터미널 애비뉴, 버라드 스트리트 등의 다운타운 주요 도로에서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차에 캐나다 국기와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문구를 적은 포스터 등을 매달고 경적을 울리면서 도로를 돌았고, 거리를 메운 시위대의 환호를 받았다. 수 시간에 걸쳐서 진행됐던 이 시위는 대체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되긴 했지만, 차량을 발로 차거나 계란을 집어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한 5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백신 반대 시위가 진행됐던 터미널 애비뉴 인근에서는 백신과 정부의 방역 규제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시위도 열려, 두 그룹 간의 약간의 신경전이 펼쳐지긴 했지만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시위 격화에, 오타와 ‘비상사태’ 선언

밴쿠버 시위가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됐던 데 비해, 2주째 접어들고 있는 트럭 시위는 격화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위대의 경적으로 인한 소음 피해에 오타와 주민들은 시위대의 경적을 멈춰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열흘 동안 시위대는 경적을 울리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시위로 인해 오타와 전체가 마비될 위기에 처하자, 지난 6일 오타와의 짐 왓슨 시장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경찰 병력을 늘려 시위대를 진압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는 어린 자녀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경우도 있어, 경찰의 강경대응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타와 경찰 측에 따르면 시위가 시작된 이래 22명이 체포됐고, 1300 장이 넘는 벌금 티켓이 부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일부 시위대는 나치기를 들고 나오거나 인종 및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회 분열 움직임…시위 반대 의견 여전히 높아

시위가 전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화살은 저스틴 트뤼도 총리에게 향하고 있다. 오타와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움직임이 있던 당시 트뤼도는 “아주 소수 그룹의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일 뿐”이라며 시위대를 격하한 데 이어, 시위가 장기화될 기미가 보이던 지난주에도 ‘시위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들을 자극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수당의 캔디스 버겐 임시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트뤼도는 시위대를 여성혐오자와 인종차별 주의자로 낙인 찍으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고, 심지어 여당 소속인 조엘 라이트바운드 의원 또한 “현재의 팬데믹 규제가 점점 정치화되고 있고, 국가를 분열케 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트뤼도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시위를 멈춰야 할 때”라며 시위대를 설득했지만, 별다른 조처가 있지 않은 이상 시위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트럭 시위로 인해 사회 분열이 심화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과반수가 넘는 캐나다인은 이번 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레저(Leger)가 8일 발표한 ‘자유 호송대’ 시위에 대한 캐나다인의 관점 조사 결과, 62%의 응답자가 시위에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특히 47%의 응답자는 ‘매우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위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2%였으며, ‘매우 지지한다’고 말한 캐나다인은 17%였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사진= 5일 밴쿠버에서 진행된 시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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