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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2-02-09 09:14

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1
세톤 호수를 지나
이제 막 도착한 흰가면 열차
안개 눈꽃 흩뿌리는
창가에 멈춰섰다
불빛 안고 기대앉은 그림자들
밤길 먼 빙판 호수를 건너가듯
시름 삭히며 졸고 있을 때
시린 꽃들이 창문을 두드린다
한쪽에선 말 없는 눈빛의 대화
나는 가고
너는 남고
붉은 뺨 눈망울
이슬 두 방울
2
막차가 떠날 시간
난로에 손을 데우던
인자한 시선들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떠나는 길손 너나 할 것 없이
손에 쥐고 있던
막차 티켓 한 장
기대감은 객차에 실리고
플랫폼 가장자리 스산한 마음
멀어지는 열차 꼬리에 빠르게 물려간다
눈보라에 씻겨진 차디찬 공백
휑하니 서성인다
3
' 멀어져가는 단풍 열차
호숫가 질주하는 근사한 그림 따위는
그릴 수도 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
당신의 일기장 갈피에 꽂힌
빛바랜 낙엽 한 장
적어도 꺼낼 수 없는 기념품이거나
스스로 값을 매긴 퇴화된 욕망
어둠의 근사치를 드리운 채
책갈피에 서늘하게 배어있다
4
하지만 지금 저기
눈 내리는 고원
릴루엣 역사 저편에서
당신은 나를 바라본다
긴 머리 나풀나풀 다가오고 있다
가슴엔 붉은 장미
서걱이는 안개 눈꽃
한 발 한 발 검은 부츠
또깍또깍
엉겨 붙은 눈물들
오독오독 밟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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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지금 2022.02.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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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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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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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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