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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피하려 스마트폰‧인터넷 안썼는데···미국은 IS 두목 어떻게 찾았나

이철민 선임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2-12 14:38

WP, 11 개월에 걸친 정찰-감시 활동과 기습 작전 소개

작년 3월 턱수염에 오른쪽 다리가 없는 사람이 시리아 아트마란 마을에 있는 한 가옥의 3층을 임차했다. 2명의 아내와 2~3명의 아이가 함께 했다. 3층짜리인 이 가옥의 2층엔 이 턱수염 인물의 참모로 보이는 사람과 가족이 먼저 입주했다.

이 ‘턱수염’은 날씨가 좋으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 3층 옥상 테라스에 나와 매트를 깔고 기도를 했다. 옥상에 설치한 샤워기로 몸을 닦기도 했다. 2‧3층 아이들은 집 안에서만 놀고,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알쿠라이시는 이 집에서 일체의 인터넷 접속을 금했다. 곧 낯선 사람들이 이 집을 들락거렸고, 무장대원들이 밖으로 난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오르는 것이 목격됐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촌구석인 이 마을에선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곧 미국과 연대해 시리아 반(反)정부투쟁을 하는 쿠르드족 민병대(SDF) 정보원들의 귀에 이 집 얘기가 들어갔다. SDF는 이를 미 정보당국에 알렸다.

작년 가을 고성능 카메라와 원격 센서를 갖춘 미 정찰 드론이 올리브나무 숲 옆에 있는 이 집 고공(高空)에 떴다. 집 옥상을 망원렌즈 카메라로 조준하고 ‘턱수염’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이윽고 ‘턱수염’이 카메라에 잡혔다. 오른쪽 다리의 절단 등 신체적 특징이 일치했다. 지난 2년간 미 정보당국이 그토록 찾았던 IS 두목이자, ‘압둘라 교수’로 불리던 알쿠라이시가 미 정보당국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알쿠라이시는 2015년 공습에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2019년 10월 미 특공대의 공격을 받자 폭탄조끼를 터뜨려 자살한 IS 두목 아브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뒤를 이어 IS 두목인 ‘칼리프’가 됐다.

알쿠라이시의 소재가 파악되자, CIA 분석가들이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행태와 가옥의 구조를 촬영한 사진들을 수백 시간 들여서 검토했다. 그러나 두 가지 숙제가 남았다. 어떻게 하면 이 집에 사는 20여 명의 여성과 아이들, 미 특공대원들에게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를 잡을 것이냐와, 언제 잡을 것이냐였다.

무장 드론을 통한 공격은 민간인 피해를 고려해 배제됐다. CIA와 미군 정보당국은 수개월 더 기다리기로 했다. 알쿠라이시는 계속 인간 메신저를 통해 시리아와 이라크 내 수십개 테러 셀(cell)을 지휘하고 있었다. 알쿠라이시가 누구와 얘기하는지, 그의 인간 메신저들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쿠라이시의 테러 네트워크 전모를 파악해야 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다 보니, 알쿠라이시의 참모와 심부름꾼들은 ‘압둘라 교수’의 지령이 분명히 전달‧실행되도록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작년 9월말부터 미 육군 정예부대인 델타포스 팀이 실물과 똑같은 모형 가옥을 만들어 놓고, 기습 훈련을 되풀이했다. 건물 곳곳엔 부비트랩을 설치했다.

12월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델타팀의 기습작전을 최종 승인했다. 하지만 미군 당국은 더 기다리기로 했다. 특공대 작전에 좋은 달이 뜨지 않는 날, 기상 조건 등을 따져야 했고, 어차피 알쿠라이시는 ‘독 안의 쥐’였다. 주변에선 정보원들이 계속 감시 중이었고, 그가 낌새를 채고 이 집을 뜬다면 미군은 민간인 피해를 걱정하지 않고 바로 드론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2월2일 오후 5시(미 동부시간), 작전이 시작했다. 바이든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비디오 연결을 통해 기습 작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했다. 미 특공대원들이 이 마을에 가려면 시리아에 주둔하는 러시아군의 방공망을 뚫고 오가야 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에 사전에 통보하는 대신에, 현장의 미군과 러시아군 간 ‘핫라인’으로 즉각 해결하기로 했다.

오후6시(시리아 3일 오전1시), 20여 명의 델타 팀원들을 태운 헬기들이 아트마 마을의 가옥 위에 도착했다. 델타 팀원들이 로프로 강하하는 동안,아파치 헬기와 전투기, 무장 드론 들이 주변 상공을 지켰다. 헬기 소리에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특공대는 이 가옥을 향해 핸드 마이크로 “공중과 땅이 모두 포위됐다” “아이들은 죄가 없으니 내보내라” “살고 싶으면 밖으로 나오라”고 아랍어로 종용했다. 2‧3층과 무관한 1층에 사는 민간인 가족은 곧바로 인도돼 나왔다. 그러나 알쿠라이시는 항복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내보내지도 않았다.

가옥 내부에 설치된 강력한 폭탄이 터졌다. 누가 터뜨렸는지는 불분명하다. 폭발로 건물 벽들이 무너졌고, 시신들이 안에서 튕겨져 땅바닥으로 굴렀다. 잠시 뒤, 델타 팀은 탐지 로봇과 소형 드론을 이용해 건물 잔해를 스캔했다. 2층에서 알쿠라이시의 참모와 아내가 총질을 했지만, 곧 사살됐다. 2층의 아이들 몇몇은 미군에 의해 밖으로 인도됐다.

2시간 만에 작전은 끝났다. 필요한 서류와 정보들을 수집했고, 알쿠라이시의 시신에서 지문(指紋)을 채취하고 DNA 테스트를 위한 샘플을 수거했다. 그의 시신은 그냥 건물 잔해 속에 놔뒀다.

작전 개시 12시간 뒤. DNA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은 곧 TV 생중계 연설로 “끔찍한 테러범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작전으로 아이 2,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민간구호단체들의 증언을 토대로, 5~6명의 아이들 시신이 발견됐다고 10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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