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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니폼 입고 훈련한 대만 선수···올림픽 후 돌아온 엄청난 대가

문지연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2-20 22:49

대만 여자 스피드스케이트 국가대표 선수 황위팅이 중국 유니폼을 입고 훈련 중인 모습. /웨이보
대만 여자 스피드스케이트 국가대표 선수 황위팅이 중국 유니폼을 입고 훈련 중인 모습. /웨이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중국 유니폼을 입고 훈련 중인 모습을 공개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만 국가대표 선수가 결국 씁쓸한 최후를 맞게 됐다. 자국민의 비난 여론 속 올림픽을 치른 그는 은퇴를 선언했고 향후 대만 정부 차원의 조사까지 받을 예정이다.

대만 중앙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총리 격)은 지난 19일 ‘국가대표팀 구성원은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황위팅(34)에 대한 조사 및 처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어 뤄빙청 행정원 대변인은 “황위팅이 올린 영상과 발언은 민중이 국가대표 선수의 행동으로 기대하는 바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대외적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팀 구성원의 일거수일투족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만큼, 언행에 신중하고 국가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주인공 황위팅은 지난 4일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서 대만 선수단을 인솔하는 기수로 등장한 인물이다. 그는 2018년 평창 대회 당시 1500m 경기를 치르던 중 넘어지고도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에 큰 화제를 모았고 그 일로 올림픽 정신과 투혼의 아이콘으로 언급돼 왔다.

그런 그가 한순간에 자국민들의 비난 대상이 된 건 올림픽 개막 직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짧은 영상 한편 때문이다. 그 안에는 빙판 위에서 해맑게 웃는 황위팅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문제는 그가 착용한 유니폼이었다. 중국을 의미하는 ‘CHN’이 커다랗게 적힌 중국 국가대표의 스킨 슈트였다. 대만이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국호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영상은 곧 대만 네티즌들의 엄청난 비난 여론을 불렀다. 최악 수준의 양안(兩岸) 관계 속 반중 감정을 품은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올림픽이 끝나도 돌아오지 말라” “중국에서 쭉 살아라” “중국인이 되고 싶다는 의미냐” 등의 댓글과 욕설이 쏟아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황위팅은 “친한 중국 선수에게 유니폼을 선물로 받은 것”이라며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스포츠계에서 선수들은 국적의 경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로 관심을 끌고 싶지 않다”며 “(나를 응원하기 싫다면) 다른 대만 선수들만은 열심히 응원해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황위팅의 해명 역시 반감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치른 황위팅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는 여자 500m, 1000m, 1500m 종목에 출전했지만 모두 2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결국 황위팅은 지난 17일 1000m 경기를 마무리한 뒤 “신체적, 심리적으로 모두 지쳤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중국 기관지 글로벌타임즈는 “황위팅의 저조한 성적과 은퇴 시사는 대만인들의 무자비한 악성 댓글과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취지의 논평을 내놨다. 그러면서 “경험은 물론 높은 명성을 가진 선수이지만, 그를 겨냥한 유니폼 사건이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은 올림픽 때마다 흔히 빚어진다. 중국은 대만이 별도 국가로서 인정받을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만은 국제 대회 출전 시 국호와 자국 국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대만은 2018년 대회 참가 명칭을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타이완’으로 변경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도 했으나 결국 부결됐다. 이를 두고도 중국의 보복을 우려한 데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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