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우크라 난민 위해 왕복 6000㎞ 뛴 천사들의 택시

파리=정철환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3-20 14:37

스페인~폴란드 왕복, 29대가 5일간 대장정··· 135명 마드리드 안착

지난 17일(현지시각) 오전 스페인 마드리드에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태운 택시 29대가 경적을 울리며 들어섰다. 그러자 길 가에 늘어선 수백명의 시민이 환호성을 올리며 박수를 쳤다. 마드리드 중심가 ‘푸에르타 델 솔’ 근처에서 내린 135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자신들을 태워준 기사를 꼭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대부분 아버지와 남편을 우크라이나에 남기고 폴란드로 탈출한 어린이와 여성들. 마드리드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왕복 약 6000㎞에 걸친 총 5일간의 대장정이 무사히 끝나고 이들이 난민 혜택을 받게 된 데 대해 택시 기사들은 안도했다.

우크라이나 난민 수송은 공항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 기사들의 수다에서 시작됐다. 마드리드 택시 연맹 호세 푸네즈씨는 AFP 통신에 “우크라이나 이야기를 한참 하다 누군가 ‘폴란드로 가서 난민들을 데려오자’고 했고, 순식간에 ‘좋은 생각’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고 했다. 동료 기사들에게 이 아이디어를 전하자 수십명이 자원했다. 60명의 기사가 29대의 중·대형 택시에 나눠 타고 지난 11일 마드리드를 출발했다. 폴란드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프랑스와 벨기에, 독일을 거쳐 약 3000㎞를 두 기사가 번갈아가며 밤낮으로 운전했다. 그동안 마드리드의 주(駐) 스페인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스페인에 연고가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데려올 난민을 선정했다.

택시 기사와 난민의 첫 만남은 어색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통역 앱을 써야 했다. 마드리드로 오는 길에 휴게소에 멈춰 서자 차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난민도 있었다. 자신을 버려둔 채 떠나 버릴까 하는 공포 때문이었다. 택시 기사 하비에르 헤르난데즈(47)씨는 “시간이 지나자 어색함이 녹고 오래 함께한 듯한 유대감이 생겼다”며 “‘처음 그라시아스(고맙다)’라는 말을 듣고 눈물이 터져나왔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엔 연료비와 고속도로 통행료, 식비 등으로 5만유로(약 6700만원)가 들었다. 마드리드의 택시 기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경비를 만들었다. 택시 기사 자녀들이 저금통을 털어 내놓기도 했다. 택시 기사 누리아 마르티네즈(34)씨는 “다른 우크라이나 난민을 두고 오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더 많은 이를 데려오기 위해 조만간 다시 길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 모습/조선DB프랑스 파리의 유명 관광지 근처 지하철역에서 16일(현지 시각)부터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매치기가 많으니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한국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96·본명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윈저)이 8일 오후(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 영국 왕실은 “여왕이 스코틀랜드에 있는 밸모럴성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바쁜 일정’ 이유로 참석 안해 일부 참배객 “러시아 정치적 자유 후퇴” 성토
지난달 30일 숨진 미하일 고르바초프(91)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장례식에 러시아 국민 수천 명이 몰려 그를 추모했다고 3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 매체들이 보도했다. 장례식장인 모스크바의 ‘돔 소유조프’ 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이 모였고, 공식...
우크라·러, 서로 상대 소행 주장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반군이 운영하는 감옥이 포격을 받아 포로 50여 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부상당했다. 친러 반군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하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자작극이자 테러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스페인~폴란드 왕복, 29대가 5일간 대장정··· 135명 마드리드 안착
지난 17일(현지시각) 오전 스페인 마드리드에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태운 택시 29대가 경적을 울리며 들어섰다. 그러자 길 가에 늘어선 수백명의 시민이 환호성을 올리며 박수를 쳤다. 마드리드 중심가 ‘푸에르타 델 솔’ 근처에서 내린 135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우크라 제2 원전까지 점령 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1일째인 6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둘째로 규모가 큰 원자력발전소인 ‘남(南)우크라이나 원전’을 점령하기 위한 공세를 개시했다.이 원전은 러시아가 최근 함락한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북서쪽으로 약 170㎞ 떨어져...
미국·EU, 첨단 무기 신속 지원
미국과 함께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했다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주춤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군사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러시아에...
스위스 대표 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트 스위스가 전쟁 범죄자와 독재자, 마약 조직과 갱단, 정치인 등 전 세계 3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70여 년간 1만8000여 개의 비밀 계좌를 운영해 왔다고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가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OCCRP는...
엘리자베스 2세(95) 영국 여왕이 6일(현지시각) 재위 70주년을 맞았다. 영국 군주로는 사상 최초, 근·현대 세계사를 통틀어서도 4명에 불과한 대기록이다. 여왕은 이날 영국 국민과 영연방 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여러분이 변함없이 보여준 충성과 애정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4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해 4월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 총리실 직원들이 파티를 연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당시 영국은 필립공 사망을 슬퍼하는 추모 기간이었을 뿐만...
한국 입양아 출신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세 차례 장관을 지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코렐리아 캐피털 대표가 1일(현지 시각)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도뇌르 기사장(슈발리에)을...
크리스마스 메시지 절반 할애 “사랑하는 사람 잃은 슬픔에 동감”
25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사전 녹화한 TV 영상을 통해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왕 왼쪽에 놓인 사진은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 공과 2007년 결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019년 7월 집권 이래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내 신종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서 책임론이 거론되는 와중에 측근과 본인이 지난해 연말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겨가며 파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도덕성에...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킹즈 크로스역 앞. 행인 2~3명 중 한 명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영국은 지난 7월 ‘위드(with) 코로나’를 선언하며 실내 마스크 착용과 1m 거리 두기 등 코로나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그런데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적지 않았다....
서방 국가와 터키의 관계 더 악화되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미국 등 터키 주재 서방 10국 대사에 대해 사실상 추방 조치를 했다. 터키 반정부 인사에 대한 석방 요구를 했다는 이유다. 인권과 외교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쳐 온 터키와 서방 국가 간의 ‘불편한 관계’가...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