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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딸·남편 잃은 여인의 분노···“기회 생기면 푸틴 죽일 것”

오경묵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4-09 11:23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인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응청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인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응청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눈앞에서 남편과 딸을 잃은 여성의 사연이 영국 BBC를 통해 알려졌다.

BBC는 9일(현지 시각) 빅토리아 코발렌코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코발렌코는 전쟁 초기였던 지난달 5일 남편 페트로와 큰딸 베로니카(12), 작은딸 바바라(1)와 함께 북부 체르니히우를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비극은 이들이 교외를 벗어나 남쪽으로 가던 도중 일어났다. 땅에 놓인 돌무더기 때문에 차량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남편이 차를 세우고 돌을 치우기 시작했는데, 몇 초 뒤 차량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다. 코발렌코는 “폭발이나 총격 같은 게 있었다. 귀가 먹먹해졌고, 차량 뒷유리는 산산조각이 났다. 남편은 차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코발렌코는 “(폭발로) 깨진 자동차 유리 파편에 내 머리가 베여 피가 나자 큰딸 베로니카가 울기 시작했다”며 “베로니카가 비명을 지르고 손을 떨자 진정시키려고 했다. 딸이 차 밖으로 나가길래 나도 따라나섰는데, 눈앞에서 딸이 쓰러졌다. 베로니카의 머리가 날아갔다”고 흐느끼며 말했다.

그는 “안고 있던 작은 딸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 했다”며 필사적으로 현장을 벗어나 근처에 세워져 있던 다른 차량으로 피신했다가 근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돌을 치우던 남편은 다시 보지 못했다.

이튿날 길을 나선 모녀는 순찰 중이던 러시아군의 눈에 띄어 야히드네의 한 학교로 끌려갔다. 지하에 갇혀 24시간을 보냈다. 같은 공간에는 40명이 갇혀있었다고 한다. 움직이거나 걸을 수 있는 여유가 없을 정도로 빽빽했고, 불빛도 없어 초나 라이터를 썼다고 한다. 화장실에 가려고 나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 내부에 있는 양동이를 써야했다.

코발렌코는 러시아 군인들에게 남편과 딸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숨진 큰딸의 아빠인 전 남편에게는 사고 현장으로 가서 시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코발렌코는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시신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차량은 전소돼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남편과 딸의 시신은 사건이 발생하고 1주일이 지난 지난달 12일 도착했다. 러시아 군인들은 코발렌코를 숲속으로 데려갔다. 큰 상자 하나와 그보다 작은 상자 하나가 있었다고 한다. 코발렌코는 이 조차 제대로 묻지 못했다. 그는 “상자들을 흙으로 덮기 시작했는데 공격이 시작됐다”며 “다 묻기도 전에 도망쳐야 했다.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코발렌코는 작은 딸을 데리고 서부 르비우로 대피했다. 최근에는 심리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가족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푸틴을 쏠 기회가 주어진다면 쏘겠다. 내 손은 떨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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