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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백인우월주의자, 흑인 밀집지역서 총 난사··· 10명 사망

뉴욕=정시행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5-15 14:10

뉴욕 버펄로시 식료품점서 무차별 총격

미국 뉴욕주 북부 버펄로의 흑인 밀집 지역에서 백인우월주의에 경도된 10대 백인 남성이 총기를 난사, 10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다. 올들어 미국에서 일어난 단일 총격 살인 사건 중 사망자가 가장 많다.

버펄로 뉴스 등 현지 매체와 뉴욕타임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토요일인 지난 14일 오후 2시30분(현지시각) 버펄로시(市) 식료품 체인 ‘탑스 프렌들리 슈퍼마켓’에 군복 스타일의 옷에 헬멧, 방탄복 등으로 무장한 괴한이 돌격 소총을 들고 난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괴한은 먼저 야외 주차장에 자신의 차를 댄 뒤, 주차장에서 식료품을 나르던 시민 등 4명에게 총격을 가해 3명을 살해했다. 이어 매장 내로 들어가 그를 제지하려는 보안요원을 먼저 쏴 숨지게 한 뒤 70여발을 더 난사했다. 총격을 입은 피해자 13명 중 11명은 흑인이고 2명은 백인이었다. 직원은 4명, 손님은 9명이었다. 현지 매체는 목격자를 인용해 “주말이라 쇼핑객이 많았다. 총격에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비상구로 도망치거나 냉장실에 숨었다. 곳곳에 유혈이 낭자하고 비명으로 아비규환이었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즉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앞에서 총구를 자신의 목에 대고 자살하겠다고 했으나 실패했다. 페이톤 젠드론(18)이란 이름의 용의자는 버펄로에서 남쪽으로 320㎞ 떨어진 뉴욕 콘클린시 주민으로, 이날 3시간 운전해 범행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재학 중이던 고등학교에서 ‘졸업식날 총기를 난사하겠다’고 위협해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으며, 이후 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했지만 중퇴한 뒤 무직으로 지내왔다고 한다.

젠드론의 범행은 명백한 인종 증오 범죄로 파악되고 있다. 그는 이날 범행 전 극우 음모론 사이트 ‘4chan’과 소셜미디어에 범행 동기와 준비 과정 등을 자세히 기술한 180쪽 분량의 선언문(manifesto)을 올렸다. 여기에서 그는 “백인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유색인종의 이민과 출산율 급증으로 유럽계 백인이 밀려나고 있다”는 내용의 이른바 ‘인종 대교체 이론(Great Replacement Theory)’을 들어 범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인종 교체 이론은 10여년 전 프랑스에서 태동, 유럽과 미국 등의 극우 인종주의자들 사이에 급속히 퍼진 혐오 음모론이다.

젠드론은 “흑인은 백인보다 지능이 낮다. 진보주의자들의 평등론은 틀렸다”고 했으며, 이날 소지한 무기에도 흑인을 비하하는 욕설을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선언문에서 “이 버펄로 탑스 슈퍼마켓을 1월부터 범행 장소로 골랐다”고 했는데, 이 지역이 흑인 비중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편이면서 자기 집에서 가깝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할 일이 없어 인터넷 사이트를 보다가 인종 교체 이론을 접하고 분노하게 됐다”며 “범행 준비는 전적으로 혼자 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범행 당일 아침에 콘비프를 먹는다’ ‘오후 4시에 도착해 탑스에 난사하고 인근 동네까지 초토화시킨다’는 시간대별 행동 계획도 세웠다. 선언문 180쪽 중 100여쪽을 이날 소지할 총과 장비, 옷차림에 대한 묘사와 그 준비 과정에 할애하는 편집증적 성향도 보였다. 젠드론은 또 헬멧에 비디오 카메라를 장착, 범행 순간을 아마존 소유의 트위치(Twitch)라는 게임 사이트에 생중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살인 중계 영상은 사이트에서 즉시 삭제됐다.

젠드론은 고립된 상태에서도 온라인에서 유사한 범죄 전례를 찾아 쉽게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뉴질랜드에서 29세 남성이 백인 남성이 이슬람 모스크에 총기를 난사해 51명을 사망케 한 사건, 같은 해 미국 텍사스 엘파소의 월마트에서 21세 남성이 중남미 이민자 등 20여명을 난사한 사건, 2011년 노르웨이의 32세 남성이 노동당 청소년 캠프에 난입해 77명을 총격 살해한 사건 등이 모두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증오 범죄로, ‘선언문’을 올리고 현장을 생중계한 확신범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용의자를 증오 범죄와 인종 차별 범죄에 따른 1급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키로 했다. 이런 혐의가 인정되면 뉴욕주 최고형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처해진다. 백악관도 상황을 보고받고 향후 모방 테러 발생 가능성 등을 모니터링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희생자들에 애도를 표하고 “인종 증오 범죄는 다양성을 내세운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혐오”라며 “증오를 연료로 삼은 국내 테러를 중단하는 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에선 충동 범죄 성향이 보고됐던 10대가 쉽게 총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경위를 따져 총기 규제 입법을 재추진할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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