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양 / 캐나다 한국 문협 회원
올봄에 우리 집 앞뜰에 도그우드 (Dogwood) 묘목 한 그루가 심어졌다. 어느새 이 타운하우스에서 12년째 살고 있다. 옆집과 공동 소유인 한 뼘 앞마당에 다년생 화초들과 제법 커다란 캐나다 단풍나무가 있어서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었다. 이사 온 지 아마 3년 쯤 됐을까, 거실 앞 유리창 가까이에서 그늘이 되어주던 단풍나무에 병이 들기 시작하더니 그 후 두어 해 지나고 결국 관리부의 결정으로 베어버리게 되었다. 곧 새 나무로 심어 준다고 한 것이 여러 해가 지난 올봄에 이루어진 것이다.
봄을 알리듯 4월에서 5월에 걸쳐 밴쿠버 어디를 가나 우아한 색으로 꽃 피우는 아름다운 꽃나무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주화(State Flower)이며 순결을 나타내는 흰색, 은은한 크림 색, 여성적인 아름다움의 연 분홍 진 분홍색으로 종류도 다양하다. 평화, 힘, 재생, 풍요, 사랑, 보호, 치유 등의 여러 좋은 뜻을 가진 나무로 이와 연관된 많은 것 중에 기독교와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부활절 레전드(Legend) 중에 예수님이 못 박히신 십자가의 재목이 곧고 키 큰 도그우드였다 한다. 도그우드는 자신이 원해서 십자가의 재목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었으므로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예수님께서 도그우드에게 다시는 크고 곧게 자라지 못하고 현재 우리가 보는 정원수처럼 자라도록 바꿔 주셨다고 한다. 꽃잎이 네 개로 십자가 모양을 이루고 꽃마다 하늘을 향하고 있어 하나님을 경배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꽃 술은 가시 면류관, 꽃잎 끝에 빨간 색깔은 예수님이 흘리신 피를 상징하여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을 생각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미국 버지니아주의 설립자인 토머스 제퍼슨이 도그우드를 아주 좋아해서 자기 집 마당에 심었는데 1918년에 주를 상징하는 꽃(State Flower)으로 인정했고, 1956년에는 버지니아주의 주 나무(State Tree)로 사랑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이 나무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있다면 무슨 이름으로 불릴까!
우리 집에 새롭게 자리한 도그우드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다니 드나들 때마다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을 느끼며, 이제 겨우 눈이 티우고 있는 가지를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올해는 고르지 못한 날씨 때문에 뿌리가 쉽게 안정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 내년 봄에나 제대로 꽃 구경하게 될는지…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진양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