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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빠지는 글로벌 집값··· “일부는 최고점 대비 20%까지 떨어질수도”

성유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7-23 12:07

계속되는 금리 인상의 여파

1년 넘게 집값이 고공 행진 중인 미국에선 요즘 주택 매매 계약을 진행하다가 취소하는 이가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 기반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매매 가계약 체결 후 취소한 건수는 6만여 건으로 전체 거래 건수의 14.9%를 차지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17.6%)과 4월(16.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테일러 마르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구매자들이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주택 시장에 더 냉담해지고 있다”며 “일부는 금리 급등으로 더 이상의 대출을 감당할 수 없어 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세계 주택 시장 곳곳에서 집값 하락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거래량이 크게 줄고, 일부 국가에선 실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초(超)저금리와 넓은 집 선호 현상 등이 맞물리며 끝없이 치솟았던 주택 시장이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러스트=김영석
일러스트=김영석


◇거래량 급감, 가격 상승 주춤

부동산 시장 과열이 상당 기간 지속된 탓에 많은 국가에선 집값에 거품이 잔뜩 낀 상태다. 블룸버그가 최근 주요 30국의 올해 1분기 집값을 조사한 결과,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과 임대 수익 대비 주택 가격 비율(PRR)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보다 높은 나라가 19국에 달한다. 금리 인상,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등 코로나 기간 집값이 수직 상승한 국가들은 이미 하락 신호가 뚜렷하다. 호주의 주요 집값 통계 지표 중 하나인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5월 주택 가격이 20개월 만에 하락한 데 이어 6월에도 0.6% 떨어졌다. 블룸버그가 ‘집값 거품 지역’ 1위로 꼽은 뉴질랜드는 지난 4월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해 2분기 2.3% 떨어졌다. 13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캐나다도 6월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1.9% 떨어져 2005년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나타냈다. 캐나다 모기지 중개업체 네스토의 수석 중개인인 체이스 벨레어는 “앨버타 지역에선 주택 매매 계약금이 지난 4월 19%에서 지난달 9% 수준까지 낮아졌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구매자 우위 시장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선 주택 거래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의 주택 매매 건수는 541만건으로, 지난 2020년 6월(472만건) 이후 가장 적었다. 영국도 5월 주택 판매량이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부동산업체 주플라는 “시장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올해 남은 기간 주택 가격 상승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비키 레드우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물가가 계속 치솟아 각국이 금리를 예상보다 더 많이 올리게 되면 집값이 광범위하게 떨어질 수 있다”며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20%, 호주는 15%, 스웨덴은 10%, 미국과 영국에선 5~10%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며 집값이 떨어지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값은 0.04% 내려 7주 연속 하락했고, 매매수급지수도 86.4로 10주 연속 떨어졌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주택·부동산 경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수도권 집값이 0.5%, 지방은 0.7%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하반기에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가격 변곡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통근이 편리한 지역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기 때문에 이에 소외된 지역부터 매매 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락 또는 대세 하락은 ‘글쎄’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 중이어서 잠재 구매자들이 집 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콜로라도주 캐슬락 지역에서 55만달러짜리 집을 구매한 레이시 라이온스 부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반년 전에 집을 샀다면 70만달러 이상의 집을 구경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 집 구매 예산을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 미 모기지 회사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고정 금리는 연 5.51%로 1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 우려도 주택 구매 수요를 줄이고 있다. 미국 부동산 중개업체 질로우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100대 주택 시장 중 7개 지역에서 집값이 하락했는데, 새너제이와 샌프란스시코 등 최근 미국 테크 기업 해고 등으로 소득에 영향을 받은 곳이 포함됐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금리 인상과 소득 감소 우려가 맞물려 주택 시장이 침체하고 있는 것이라 지금의 분위기가 최소 1~2년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주택 시장 침체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시장 붕괴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는 “2008년 이후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해 왔고 대다수 국가는 여전히 주택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재고는 1년 전보다 19% 증가했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는 여전히 53% 적다. 가격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방증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폭락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거래를 인위적으로 억누른 것이지 잠재 수요 자체가 줄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만약 집값이 폭락할 조짐이 보인다면 정부가 연착륙을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이미 하락기로 접어들었고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것이 장기적 하락 또는 대세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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