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에 푹빠진 MZ세대··· CNN “1940년대 테스트가 한국서 왜?”

정채빈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한국의 MZ세대가 새로운 사람을 알아갈 때 성격유형검사인 MBTI 유형을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미국 CNN은 1940년대 만들어진 MBTI 테스트가 최근 한국 젊은 세대에 열풍을 일으킨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22일(현지 시각) CNN은 “한국의 2030세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알아가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MBTI를 통해 잘 맞는 사람을 골라 만난다”고 보도했다.

서울의 대학생 윤모씨는 CNN에 “난 분석적·논리적인 T와 맞지 않고 ESFP(친절하고 장난기 있고 적응력이 있는)와 잘 맞는 것 같다”며 “궁합이 안 맞는 유형과 데이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생 이모씨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MBTI 유형을 항상 알려준다며 “ENFP(에너지가 넘치고 친근한)라고 말하면 다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나에 대해 계속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남자친구의 MBTI 유형이 자신과 잘 맞는다며 “우리는 1000일이 넘도록 함께 지내왔다. 이는 서로의 MBTI 유형이 잘 맞는다는 증거”라고 했다.

기업도 MBTI 열풍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MBTI 유형에 따라 어울리는 여행지 추천 서비스를 실시했다. 제주맥주는 각 유형을 새긴 맥주캔을 출시했다. 한 구인사이트에는 ‘열정적이며 혁신적’인 ENFP를 찾는다는 마케팅직 모집 공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젊은 세대가 코로나와 취업, 경직된 기업문화, 급등하는 집값 등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고자 MBTI를 쓴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BTI의 인기가 급증한 시기와 팬데믹 시기가 겹친다”며 “(코로나 확산으로) 사람들이 불안해지면서 심리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확실히 사람들은 집단에 소속됐을 때 불안을 덜 느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연애 및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한 일명 ‘N포 세대’로도 불리는 MZ세대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나 노력을 들일 의향이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는 연인이나 친구, 일자리를 찾는 데 MBT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많은 심리학자들은 MBTI 결과에는 일관성이 없고, 다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성격을 몇개의 틀로 가둬버린다며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MBTI 업체 마이어스-브릭스컴퍼니 또한 주의를 당부했다. 아시아태평양 총괄인 캐머런 놋은 한국에서 MBTI의 인기가 “매우 기쁘다”면서도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데 MBTI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반대 성향인 사람에게 끌린다’는 말이 있다. 다른 MBTI 유형이라고 잠재적 파트너에서 배제해버리면 멋진 사람과의 흥미진진한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했다.

MBTI는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등 지표에 따라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영어 알파벳 4개로 조합해 표현한 것이다.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가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의 이론에 기반해 만들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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