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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정석’ 보여준 교황··· 원주민들 ‘사랑이 모든걸 이긴다’ 환영

뉴욕=정시행 특파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7-26 08:38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참사 사죄 순방
교황 사과에 원주민 생존자, 오열하며 캐나다 국가 열창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대규모 원주민 아동 학살을 사죄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86) 교황이 이 과거사를 ‘악(惡·evil)’으로 규정하고, 수차례 사과했다. 당초 교황의 방문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원주민들은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팻말을 들고 그를 환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 첫 일정으로 앨버타 매스쿼치스에서 20세기 초 운영된 가톨릭 기숙학교인 ‘그루어드 미션’ 부지를 방문했다. 지난해 3월 원주민 아동 유해 169구가 쏟아져 나온 곳이다. 휠체어를 탄 교황은 말없이 부지를 바라봤고,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다 눈물을 닦았다.

교황은 기숙학교 생존자와 유족 2000여 명이 모인 야외 행사장에서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인이 원주민을 탄압한 열강의 식민화 사고방식을 지지한 것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특히 교회와 종교 공동체의 많은 구성원이 당시 정부가 고취한 문화적 파괴와 강요된 동화 정책에 협조한 것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교황이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원주민들 사이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그런데도 교황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사태의 끝이 아니다”라며, 교황청 차원의 진상 조사와 가해자 처벌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원하는 이들에게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원주민 대표단 제안에 따라 원주민들이 명예롭게 여기는 전통 깃털 장식을 머리에 쓰고 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같은 파격적 과거사 사과는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사과의 정석’을 따랐다는 평가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으며 왜 사과하는지 먼저 명백히 밝히고, ‘당신이 불쾌하게 느꼈다면’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같은 사과의 조건을 붙이지 않으며, 상대가 됐다고 할 때까지 충분히 참회의 뜻을 전하는 게 그것이다.

이날 교황의 연설 직후 그의 머리에 깃털 장식을 꽂아준 한 원주민 여성은 갑자기 큰 소리로 “아아 캐나다여! 우리 조상의 땅이여, 그대 얼굴은 영광스러운 화환으로 둘러싸여 있도다”로 시작하는 캐나다 국가 ‘오 캐나다’를 부르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캐나다 원주민 일부는 과거 탄압 정책에 항의하며 캐나다 정부를 자신들의 정부로 인정하지 않아 왔는데, 교황의 전향적 태도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 원주민 전통의 깃털 장식을 머리에 쓴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Justin Trudeau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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