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훈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연필을 날카로이 깎고
백지에 자를 대고 일과표를 그린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리라
그래서 비록 늙은 몸이나 굳은 허리 곧게 피고 걸으리라
소식으로 아침을 먹고
어질러진 책상을 치우고 커피를 마시며
다툼일랑 지워버리고 아내와 사랑했던
추억을 되새겨 아름답게 가공한 시를
써 보리라
잠시 휴식과 산책을 다녀온 뒤에
4B연필을 깎아 연필화를 연습하자
35년 동안 같이 살았으나 희미한
아내의 눈 코 입을 자세히 그려 보리라
단 염려스러운 것은
꽃 같던 젊은 날의 얼굴이 그릴 수 없음이다
야채 죽 끓여 저녁 끼니 때우고
티브일랑 보지 말고 어찌 살았는지
어지러운 나의 청춘을 희생하여
나 자신의 삶의 지혜의 꾸러미를 꾸려
일기에 담고 집 떠난 두 아들에게 편지에
담아 그들의 막연한 세상살이에 참고되길 바라는 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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