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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이미지 벗고 지략 뽐내는 벤투 감독

성진혁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12-03 13:42

포르투갈전은 관중석에서 보며 선수들에게 힘 불어넣기도

손흥민(토트넘)은 3일 포르투갈과 벌인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에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반대편엔 이재성(마인츠)이 나왔다. 그런데 1-1로 맞서던 후반 초반 이후 포르투갈의 공세가 거세지자 손흥민과 이재성은 서로 자리를 바꿨다.

◇손흥민-이재성 자리 바꾼 것이 ‘묘수’

손흥민이 오른쪽에 자리잡자 포르투갈의 주앙 칸셀루(맨체스터 시티)는 공격 가담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칸셀루는 수비수이면서도 개인기를 앞세운 드리블 돌파와 패스, 슈팅 능력을 두루 갖췄다. 하지만 스피드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 섣불리 공격에 나섰다가 한국에 역습을 당하게 되면 손흥민에게 뒷공간을 내 줄 위험이 있어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왼쪽으로 옮긴 이재성은 상대 풀백 디오구 달로트(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을 억제하는 데 힘썼다. 달로트는 이날 포르투갈 선수 중 가장 돋보였다. 전반 5분 만에 한국의 왼쪽 측면을 허물고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한 다음 쇄도하던 히카르두 오르타(브라가)에게 공을 내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달로트는 단거리를 질주할 때 최고 속도가 시속 36km일 만큼 빠르다. 시속 34km 정도인 손흥민도 앞선다. 달로트는 한국 풀백 김진수(전북 현대)가 급한 마음에 손으로 잡으려고 하는 것도 뿌리치고 돌파를 했다.

이재성은 왼쪽에서 달로트에 대한 1차 저지를 맡으며 손흥민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다 후반 20분엔 황희찬(울버햄프턴)과 교체됐다. 1,2차전을 햄스트링 통증 때문에 결장했던 황희찬은 ‘황소’라는 별명답게 포르투갈 왼쪽 진영을 휘저으며 견고하던 상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교체로 들어온 ‘황소’, 역전 결승골

손흥민은 오른쪽으로 옮기고 나서 공격 기회를 더 많이 잡았다. 후반 25분엔 김진수의 크로스를 받아 문전 오른쪽에서 강한 슈팅을 때렸다. 앞을 지키던 칸셀루가 몸으로 공을 막아내긴 했는데, 옆구리쪽에 충격을 받아 잠시 쓰러졌다가 일어나도 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결승골도 오른쪽에서 수비하던 손흥민의 역습 과정에서 나왔다. 포르투갈의 코너킥 후 페프(포르투)와 김문환(전북 현대)이 공중볼을 경합하다 공이 오른쪽으로 흘렀다. 손흥민이 달려나오며 단독 드리블을 했다.

포르투갈 진영에선 달로트가 기다리고 있었고, 뒤에서 주앙 팔리냐(풀럼)가 전력으로 따라붙었다. 윌리엄 카르발류(레알 베티스)도 접근했다. 세 명에 둘러싸인 손흥민은 잠시 멈췄다가 뒤따라 들어오는 황희찬에게 패스했다. 황희찬은 달로트의 다리 사이를 통과한 공을 논스톱으로 떄려 반대 방향인 왼쪽 골문에 꽂았다. 한국은 이 한 골로 2-1 리드를 잡았다.

◇벤투 감독, 관중석에서 관전만?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은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하지 못했다. 가나와의 2차전 후 판정에 항의하다 레드 카드를 받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후반 추가 시간 막판에 한국이 코너킥을 얻은 상황에서 경기를 끝내버린 주심에게 달려가 화를 냈다. 그는 징계 규정 따라 다음 경기인 포르투갈전은 경기 중 선수들과 접촉할 수 없었다. 무선 통신 기기를 이용한 원격 작전 지시도 금지됐다.

관중석에 앉은 벤투 감독은 옆에 자리한 비토르 실베스트르 골키퍼 코치에게 수시로 뭔가를 얘기했다. 대표팀 전력 분석을 겸하는 실베스트르 코치는 그때마다 ‘비트 박스’를 하듯 두 손을 모아 입으로 가져갔다. 뭔가 작은 물건을 쥔 손을 입에 대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잡혔다. 벤투 감독은 황희찬이 역전골을 넣은 다음엔 주위에 다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유민”과 “우영”을 여러 번 외쳤다. 그가 다급해진 이유가 있었다.

한국의 동점골 주인공인 중앙 수비수 김영권(울산 현대)은 후반 36분 골반 부위에 통증이 생겨 물러났다. 이후 미드필더인 정우영(알 사드)이 김영권의 자리로 내려가고, 손준호(산둥 타이산)가 김영권과 교체돼 들어와 정우영의 자리를 맡고 있었다. 벤투 감독은 역전골이 터지자 중앙 수비수인 조유민(대전 하나시티즌)을 교체 투입해야 된다는 뜻에서 “유민”을 외친 것이다.

벤투 감독 대신 팀을 지휘하던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 코치는 공격수 조규성(전북 현대)을 빼고 조유민을 넣었다. 정우영은 다시 미드필드로 이동시켜 수비를 강화했다. 한국은 결국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2010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교체 타이밍·전술 다변화 돋보여

대한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이 직접적으로 지시를 한 부분은 없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문제삼을 소지가 있었다면 얘기가 있었겠지만, (벤투 감독의 행동과 관련한) 특별한 이슈는 없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은 6일 스타디움 974에서 브라질과 벌일 16강전엔 정상적으로 벤치에서 팀을 이끌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적절한 선수 교체와 전술적인 다양성을 발휘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이나 평가전에 중용하지 않았던 이강인(마요르카)을 뽑더니, 본선 무대에선 경기를 치를수록 출전 시간을 늘리고 있다. 오른쪽 날개, 중앙 미드필더 등 이강인의 포지션에도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활용한다.

그는 골키퍼 앞에 수비수 4명을 두는 ‘포백(4back)’을 기본으로 삼되, 포메이션(선수 배치)은 경기 상황이나 상대의 전술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한다. 포르투갈전에서 손흥민과 이재성의 자리를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교체 타이밍이 늦다’ ‘쓰는 선수만 쓴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던 벤투 감독이 아니다. 그가 FIFA 랭킹 1위이자 카타르 월드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을 상대로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브라질엔 간판 공격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를 비롯해 부상 선수들이 여럿이다. 카메룬과 벌인 G조 최종 3차전은 2진급 선수들 위주로 베스트 11을 꾸려 나섰다가 0대1로 졌다. 측면 수비 등 약점도 드러냈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싸운 적이 없다. 친선경기만 통산 7번 했는데, 1승6패로 뒤진다. 지난 6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선 1대5로 대패했다. 그렇다고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한국도 6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기 때문이다. 이제 걱정보다 기대를 안기는 ‘벤투호’다. /도하=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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