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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에 아프간戰 사살·마약·섹스···제 무덤 판 해리 英왕자

파리=정철환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1-08 11:16

영국 해리 왕자가 자서전 ‘스페어(Spare·예비품)’에서 영국 왕실에 대한 신랄한 폭로와 함께 자신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25명을 사살한 사실을 밝혀 나라 안팎에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국내에선 “생명 경시 태도이자 영국군을 욕보인 것”이란 비난이 폭주하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는 “해리는 전쟁 범죄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책은 10일 출간 예정이었으나 지난 5일 스페인어 번역본이 먼저 유출되면서 416페이지에 이르는 구체적 내용이 언론을 통해 차츰차츰 알려져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해리 왕자와 미국 영화배우 출신 아내 매건 마클에 대한 영국인의 여론도 나빠지고 있다.

6일(현지 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해리는 자서전에서 “아파치 헬기 조종사로 아프간전(戰)에 참전, 탈레반 25명을 사살했다”며 “탈레반 사살은 체스판에서 말을 치우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영국 내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지난 2003년 아프가니스탄 파병 영국군 사령관을 지낸 리처드 켐프 전 대령은 “해리 왕자 발언은 영국군이 탈레반 전사를 인간 이하 존재나 (쓰러뜨릴) 체스 말로 봤다는 식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며 “영국군은 절대 그렇게 훈련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실과 거리가 먼 그런 발언은 적들의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며 “해리 왕자는 자발적으로 아프간전에 참전해 훌륭한 평판을 얻었지만, 이번 폭로로 명성이 상당히 훼손됐다”고 했다.

이라크 전쟁 참전 영웅인 팀 콜린스 예비역 대령은 “자신의 가족(왕실)을 버린 해리 왕자가 이번엔 또 다른 가족인 영국군에 등을 돌렸다”며 “영국군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국민을 도우러 간 것이지 사람을 죽이러 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당시 “전장에서 동정심은 필요 없지만, 죽은 자의 명예는 존중해야 한다”는 말로 유명해졌다. 이라크전 참전 용사인 애덤 할러웨이 보수당 의원도 “군인이 몇 명을 사살했는지 공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품격과 생명 존중에 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도 즉각 비난에 나섰다. 탈레반 정부 대변인 칼리드 자드란은 이날 “해리 왕자의 자서전 내용은 잔인하고 야만적”이라며 “(영국의) 그런 행위로 인해 아프간인들이 무장 봉기를 해 성전(聖戰)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프간인들은 무고한 국민을 죽인 해리 왕자를 늘 기억할 것이고, 범죄를 자랑스럽게 자백한 이(해리 왕자)는 국제사회가 보는 가운데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며 후속 조치를 시사했다.

해리는 자서전에서 17세에 처음 코카인과 대마초 등 마약을 했고, 술집 뒤뜰에서 나이 많은 여성과 첫 성관계를 가졌으며, 영매를 통해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영혼과 만났다는 등의 내용도 공개했다. 또 어려서부터 형이 자신보다 더 좋은 방을 썼고, 며느리 메건이 대중의 관심을 독자지할까 봐 아버지 찰스 3세가 질투했다는 등의 주장도 했다. 더선 등 영국 대중지는 “자서전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이들이 많다”며 “해리와 메건에게 동정적이던 대중이 등을 돌리는 조짐이 있다”고 했다. 영국 왕실과 정부는 자서전 내용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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