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많은 이별과 작별을 하게 된다. 일시적으로 떨어진 이별이 있는가 하면, 영원한 이별의 아픔과 함께 한 작별도 있다. 김영하의 소설 ‘작별 인사’를 읽고 나서, 함께 했던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대해 많은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최근에 가까운 사람들을 멀리 떠나 보내면서, 그 분들과 함께했던 기억들을 되새기고, 추억을 돌아보고, 작별의 의미를 생각했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인스타그램의 김영하 작가의 북 클럽을 통해서였다. 해외에 살고 있어서 직접 소설을 사서 보기 어려웠는데, 디지털 도서관에 많은 이북으로 볼 수 있는 책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김영하 작가의 이름으로 소설 목록을 검색해 봤지만 내가 찾던 ‘작별 인사’란 책이 없었다. 도서 신청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신청한 ‘작별인사’가 나온 걸 알고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책에는 ‘작별인사’ - 밤하늘 에디션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자가 ‘소설 속 인물들이 밤하늘을 보며 들을 것 같은 음악’의 플레이리스트 만들어 제공하는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직접 접할 수는 없지만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에 나온 작가의 노트에서, 작가는 탈고를 한 후 누군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장면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노트에 ‘외로운 소년이 밤하늘을 본다.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란 메모를 쓰고,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미지라고 이야기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렇게 이야기한 작가의 말이 공감이 갔고, 나도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의 시선으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맑은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있었고, 그 별들이 내 삶 속에서 작별했던 사람들이 별이 되어 있을 거란 상상을 해 보았다.
책 머리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인용한 구절이 나온다.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으며,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문장이었다. 가까운 사람과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면, 처음엔 그 사람을 생각하며 슬퍼하고, 그리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오고, 조금씩 내 기억에서도 멀어지게 된다. 나 또한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 진다. 결국엔 내가 생을 마감할 땐, 다른 사람들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게 되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질 것이다. 참 인생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말인것 같고, 작별과 기억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하게 해 준다.
소설은 인공지능과 휴먼 로봇등이 보편화 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라고 믿는 휴머노이드 주인공 철이, 복제 인간 클론 선이, 로봇 민이, 재생 휴머노이드인 달마가 소설의 주요 인물이다. 배경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과 관계는 지금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생을 마감하면 육신은 없어지지만 영혼을 기억하는 것처럼 미래엔 그 기억을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이 실현될 거라고 상상한다. 물론, 아무리 첨단 과학기술이 개발이 된다 하더라도 인간 본연에서 가지는 감정이나 기억은 별반 다르지 않고,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소설 속에서도 인간이든, 로봇이나 기계든 상관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작별과 이별,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서로 간의 관계가 단절되는 이별이나 작별에 대해 슬퍼하고, 애써 기억하고 싶은 인간적인 마음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이별과 작별 그리고, 기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어머니를 멀리 떠나 보냈다. 어머니께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다. 생전에 함께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기 위해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았다. 지난 날 함께했던 추억 하며 애써 시간을 되돌리려고 싶었다. 무척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이 솟구치며 소설 속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외로운 소년, 철이가 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수 많은 이별과 작별에 대해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이 오고 갔다. 이별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과 기억들이 내 마음 한 구석에 고스란히 간직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 잊혀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정재욱 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