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서른을 훌쩍 넘긴 아들과 강둑길을 걷는다
오래 묵은 이야기들이 체증을 뚫는 듯
강물도 흥겨워 흥얼거린다
느닷없는 아들의 말, 심장을 파고든다
“엄마, 우리들 키우느라고 고생하셨어요.
그 어려운 시절에
우리를 이 집 저 집에 맡기면서......
직장 다니시느라고......“
아들은 말을 더 잇지 못하고
노을이 걸린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는 하늘이 쿵- 내려앉는 듯
오래 오래 삭혔던 눈물이 혈관을 타고 올라온다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사각의 틀(型) 속에서
화장실에 가 젖을 꾹꾹 짜 버리면서도 먹이지 못했던
한의 눈물, 한의 핏물, 거꾸로 솟는다
하늘이 버얼겋게 눈을 뜬 채 내 얼굴을 포옥 감싸 안는다
아들은 어느 새
이 어미의 몸과 마음이 불꽃처럼 아프던
그 나이에 이르러
어미 발자국에 고인 눈물의 내력을 알아차렸는가
어미의 뒷모습에 걸린 고단한 그림자의 기억을 읽어내었는가
나는 오래도록 숨 죽이며 내 안에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듣는다
아들과 잡은 손에 따뜻한 피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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