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수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설 하면 역시 만두를 빼놓을 수가 없다. 만두 국 뿐만 아니라, 구워도 먹고, 찜 기에 쪄서 먹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음식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만들어 준 손 만두는 설날에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었고, 밀가루로 반죽한 만두 피까지 쓱쓱 밀어가며 속을 듬뿍 넣고, 아기 궁둥이 마냥 토실 하고 먹음직스럽게 왕 사이즈로 빚어 먹었다.
그 시절, 어렸던 난 엄마를 따라 손 만두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가 만두 중에서도 속이 제일 작아 탐스럽지 못한 못난이 만두 하나를 만들어 놓으면 엄마는 만두를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고 반 협박을 했었다.
8년 전, 아는 언니 소개로 집 근처 만두 만드는 곳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만두 만두 만드는 일을 별거 아니라고 우습게 생각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하루 종일 앉아서 어깨, 허리 아프도록 열심히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바구니 4개를 간신히 채웠다.
반면, 터무니 없는 노동 값, 배꼽시계를 무시한 채 한 시간에 7-8 바구니를 거뜬히 하고, 하루 이천 개 이상을 하는 만두 달인의 놀라운 실력에 입이 쩍 벌어졌다.
요, 작은 만두가 뭐라고.....4-5명이 일하는 그곳에는 알 수 없는 경쟁심과, 불편한 눈치 작전이 보이지 않게 흐르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단 한번도 뭔 가를 끝까지 이뤄낸 역사가 없는 난, 희한하게 만두에 오기가 붙어 어떡하면 더 빨리, 많이 만들 수 있는지 고수의 손놀림을 보면서 매일 숟가락으로 연습 또 연습했다.
첫째, 일정한 속도로 어깨에 힘을 빼고 만두 속 양과, 주름잡기, 손의 재빠른 기술력이 관건이었다.
둘째, 만두 피의 본질을 파악해서 날씨에 민감한 밀가루 속성을 인지해야 차가운 냉동 피를 써도 절대 놀라지 않는다.
셋째, 수다를 떨거나 믹스 커피 한 잔의 여유는 경쟁자가 한참 뒤따라 오는 것을 감지 했을 때만 누릴 수 있다.
넷째, 때로는 만두 속 쟁탈전에 들어가서 누가 더 많은 속을 가져갔냐에 시비가 붙어 싸움이 나도 태연히 바라보며 자신의 양을 착하게 나눠주는 배려심을 보인다.
다섯째, 역시나 인내심이다.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심이고, 자신의 수많은 부정적 생각에 휘둘리지 않아야 늦은 시간까지 즐겁게 일할 수 있다.
마침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없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1년이 넘어 2 천 개 정도의 만두를 달성했을 때, 난 이것이 진정한 수련에서 태어난 나만의 만두 필살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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