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망자를 기억하며
숲 길 모퉁이 고즈넉한 곳
지나는 사람 발걸음 위로하며
떠난 사람 이름 써넣은
나무 의자 놓여있다
꽂아 놓은 조화는 을씨년스럽고
애처로워
다니는 사람 마음 훔쳐간다
사랑하는 이 떠나보내지 못한 채
품에 보듬어 안고 이랑을 지었나 보다
마주하던 죽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안간힘으로 도망쳤을까?
죽음을 순하게 받아들이는
기백 보였을까?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견디며
한 길로 나 있는 신작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다 달아야 할 항구는 한 곳인데
제각기 다른 항로 경유하여
굴곡진 시간 가까스로 뒹굴며
색깔 다른 만남
연거푸 뽑아 들고
삶은 멈추지 않아
스치듯 지나만 간다
그렇게 짧은 길 진작 알았더라면
아우성치지 말 것을
기억은 고분고분하지 않지만
선홍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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