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50살 생일 선물로 줄 멋진 센터피스 꽃 장식을 골라 들고 득의 만만한 얼굴로 계산대로 오던 손님이 갑자기 발길을 멈춰 섰다.
근래에 나온 활짝 핀 하얀 서양난 세 그루가 예쁘게 심겨진 화분에 멈춘 시선을 떼지 못하고 환성을 질렀다. 들고 있던 센터피스를 제 자리로 가져다 돌려 놓고, 그 서양난을 들고 왔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서양난이고 값은 두 배나 비싼데 괜찮겠냐고 하니 왜 이렇게 예쁜 꽃을 가짜라 하냐며 장난치지 말라고 했다. 찾아 올 손님도 간병해 줄 이들도 없는 연세 많은 환자 분들에게 관리할 걱정도 없고 눈이라도 즐겁게 한다고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인조라는 것을 알고 나니 느낌이 찜찜하고 향기도 없지만 너무 아름다워 사겠다고 했다.
어떻게 이처럼 진짜보다 멋있게 만들 수가 있느냐며 신기해 했다. 아마도 요즘 3차원 프린터 기술을 이용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들어는 보았지만 정말 3차원 프린터가 이렇게 신기한 것이냐고 안 믿긴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손등의 세포 하나를 긁어 내 증식해 3차원 프린터로 자기 자신만의 혈관이나 장기를 만들어 부작용 없는 치료나 수술에 활용하고 있다더라고 하니,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지 모르겠다며 화분을 안고 신이 나서 돌아 섰다.
구약 성경에 보면 몇 백 년씩 살았다고 나오지 않더냐고 하니 50살 생일도 이렇게 대단하다고 축하를 하는데, 200살, 300살..은 상상이 안 된다며 불가에서는 천지 개벽부터 다음 개벽까지를 한 겁이라 한다. 대략 4억3천2백만 년이나 하는 장구한 세월일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같은 나라에 태어나 한 시대를 함께 산다는 것은 적어도 5천 겁의 무한한 세월에 걸친 인연으로 인한 것이라 추정하게 된다.
현대의 초정밀 과학으로 인간의 DNA 를 분석하면 200 만년 정도의 개개인의 생리학적 역사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다가 올 천 배쯤 더 정밀한 과학 시대에는 10억 년 정도 우리의 전생을 되짚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때쯤은 인조 서양난은 실물보다 예쁘고 향기도 강 약 조절까지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향기와 꿀까지 생산하는 실제 꽃들을 3차원 프린트해서 천상 낙원처럼 멋지게 장식할 수 있을 수도 있지 싶다.
지구 역사 학자들은 지구가 6 또는 7번째의 개벽을 향해 발전, 다른 의미로는 늙어 가는 것 같다고 한다. 탄산가스에 의한 지구 멸망을 걱정하지만, 백두산 정도 큰 화산이 폭발하면 그 정도의 지구 온도는 금방 떨어진다 고도 한다. 겁이란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4억 년을 가야 할 무한한 세월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인간의 과학과 문화가 어디까지 발전해 종말을 맞고 다시 개벽을 맞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다.
그 과학과 문화를 고스란히 가지고 개벽된 세상으로 가면 좋으련만 그 전에 개벽이 되어 다시 수 억년 전 원시로 되돌려 진 것이 아니였을까 ? 그래서 고작 7번째 쯤의 천지개벽으로 밖에 예상을 못하는 가 보다.
몇 겁에 걸쳐 만나 함께 한 인연들이란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고작 200만 년을 간직한 DNA 도 놀라운데, 수 천 겁에 걸쳐 만난 인연들을 서로 증오하고 싸우다 사라져야 할까?서로를 의롭게 해야지 싶다.
그래서 아직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지구상에서 과학적으로 증명해 준 가장 긴 일 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 대한민국의 개국 철학이 홍익이고, 모든 종교의 궁극이 사랑과 평화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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