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 (사)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나의 사십 대는 갔다
생존 앞에 서면 늘 끼니를 대신한 얼굴로
사통팔달의 물꼬로 한 획을 그었던
고온 다습했던 내 사정은
피라미처럼 훌쩍 빠져나갔다
각질층이 몇 가닥의 주름 사이로
나이테를 긋고 있다
토막 난 사연들이 짐을 챙겨
기억 저장고로 자리를 옮기고
목살 두께로 칸막이를 친다
대기압에 눌린 수증기처럼
살아 남은 속살은 얼굴 옆선으로만 모인다
꽃보다 아름다운 나의 시간은
가을이 되기 전 길을 채비했다
떨어지는 꽃을 아름답다듯
사라지는 청춘의 콧노래로
세월의 포기각서에 지장을 찍는 일이란
아비의 등짝 같은 포근함이다
운반된 늘그막의 전조 현상
목덜미를 타고 계곡으로 이동한다
높이와 깊이를 재지 않아도
홈은 홈으로 물길은 물길로
파인 자리마다 오목한 관계들이 졸망거린다
내가 살아오면서 생산한 피붙이들
기온이 떨어지기 전에 할 일을 남겨 두었다
지점이 명확지 않은 곳에 팻말을 세우고
뒤늦은 객이 묵을 천막을 쳐야겠다
꽁지로 돌아 뒤끝이 흐린 비밀들이
굴뚝을 통과해 볕을 쬐러 가기 전
낡은 사고를 수리하고
염전에 소금을 캐러 가야 하겠다
녹말가루 같은 뭉침 현상
눈가로 철로를 형성한다
길 위에서 길 위로 딱풀을 칠한 듯
청춘의 몇 발자국은 자리를 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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