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명문대 출신 맞아?” “머저리”··· 英부총리, 직장 괴롭힘으로 사퇴

파리=정철환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4-23 15:18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구설에 올랐던 도미닉 라브(49) 영국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이 사임한다고 21일(현지 시각) 밝혔다. 전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특별 조사위원회가 그의 혐의 대부분이 문제가 되는 행동이라고 인정하는 47쪽짜리 보고서를 내놓자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작년 10월 리시 수낙 총리 내각 출범 이후 세 번째 핵심 인사의 낙마다. 청렴을 전면에 내세운 수낙 체제 보수당이 체면을 구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라브 장관은 21일 수낙 총리에게 보낸 사직서를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사직서에서 그는 “조사를 요청했고, 조사 결과 괴롭힘이 발견되면 사임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은 올리버 다우든 내각장관이 대체한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수낙 총리와 더불어 보수당에서 주목받는 젊은 정치인이었다. 2018년 테리사 메이 총리 시절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담당 장관,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때 외무·법무장관 등 3번의 내각에서 3개 부처 장관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지난 2020년 존슨 총리가 신종 코로나로 입원하자 총리 대행도 했다.

◇법무부 직원들 “라브 밑에서 일 못 해”

하지만 욕심이 과했는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업무에 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11월 그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폭로한 영국 일간 가디언은 라브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다시 임명되자 그를 겪었던 직원들이 “라브 밑에서 일 못 한다”며 들고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비서실 직원은 물론 부처 공무원들, 심지어 고위 관료들에게도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전했다.

일간 업저버도 “라브가 브렉시트 담당 장관일 때도 폭언과 괴롭힘 등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정부 최고위층에 고서가 올라갔지만 아무 조치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또 “라브 부총리와 일한 고위 공무원 5명 중 4명이 그의 행실을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맘에 안 든다” 물건 집어던지기도

라브 부총리가 존슨 내각의 외교부 장관 재임 시 외교 공무원들에게 수차례 “위협적이고,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점을 조사위원회는 문제 삼았다. 또 법무부 장관 재임 때는 “필요하거나 적절한 수준 그 이상으로 비판적인 평가(피드백)를 했으며, 직원들에게 모욕적으로 행동했다”고 했다.

보고서에 구체적인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은 적혀 있지 않다. 다만 더선·런던이브닝스탠더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평소 직원들의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서도 불같이 화를 냈다. 보고서의 오탈자를 보고 망신을 주거나, 나직한 목소리로 ‘머저리 같다’고 하기도 했다. 한 직원에게 “당신 명문대 나온 거 맞아?”라며 모욕을 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선은 “브리핑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샐러드의 방울 토마토 세 개를 집어던졌다”고 보도했다. 직원들이 그와 대면을 꺼렸고, 일부 심약한 직원들은 두려움에 울거나 구토까지 했다.

◇라브 장관 ”괴롭힘 기준 너무 낮다”

다만 그는 자신을 둘러싼 ‘갑질’ 의혹을 두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8건의 의혹 중 2건만 괴롭힘으로 인정됐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됐다”며 “지난 4년여간 나의 행동이 괴롭힘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조사위가 괴롭힘의 기준을 너무 낮게 설정했다”며 “일부의 주관적 느낌이 괴롭힘이라면 정부 각료들이 일을 제대로 하기 매우 힘들고, 그 피해는 영국 국민이 입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직원들에) 요구한 속도와 높은 기준은 국민이 (정부에) 기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수낙 총리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청렴과 전문성, 책임감을 내세우며 전임 트러스·존슨 총리와 차별화에 나섰다. 하지만 반년 만에 벌써 3명의 핵심 인사가 수낙 정부의 강령과 어긋나는 문제로 실각했다. 개빈 윌리엄스 내각부 장관은 동료 의원에게 욕설 문자를 보낸 혐의로 작년 11월 사임했고 나딤 자하위 보수당 의장은 세금 미납 의혹으로 올해 1월 해임됐다. 수낙 총리 부인도 정부 정책 수혜를 받는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도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의회 윤리위 조사를 받고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 모습/조선DB프랑스 파리의 유명 관광지 근처 지하철역에서 16일(현지 시각)부터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매치기가 많으니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한국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96·본명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윈저)이 8일 오후(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 영국 왕실은 “여왕이 스코틀랜드에 있는 밸모럴성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바쁜 일정’ 이유로 참석 안해 일부 참배객 “러시아 정치적 자유 후퇴” 성토
지난달 30일 숨진 미하일 고르바초프(91)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장례식에 러시아 국민 수천 명이 몰려 그를 추모했다고 3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 매체들이 보도했다. 장례식장인 모스크바의 ‘돔 소유조프’ 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이 모였고, 공식...
우크라·러, 서로 상대 소행 주장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반군이 운영하는 감옥이 포격을 받아 포로 50여 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부상당했다. 친러 반군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하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자작극이자 테러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스페인~폴란드 왕복, 29대가 5일간 대장정··· 135명 마드리드 안착
지난 17일(현지시각) 오전 스페인 마드리드에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태운 택시 29대가 경적을 울리며 들어섰다. 그러자 길 가에 늘어선 수백명의 시민이 환호성을 올리며 박수를 쳤다. 마드리드 중심가 ‘푸에르타 델 솔’ 근처에서 내린 135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우크라 제2 원전까지 점령 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1일째인 6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둘째로 규모가 큰 원자력발전소인 ‘남(南)우크라이나 원전’을 점령하기 위한 공세를 개시했다.이 원전은 러시아가 최근 함락한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북서쪽으로 약 170㎞ 떨어져...
미국·EU, 첨단 무기 신속 지원
미국과 함께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했다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주춤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군사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러시아에...
스위스 대표 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트 스위스가 전쟁 범죄자와 독재자, 마약 조직과 갱단, 정치인 등 전 세계 3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70여 년간 1만8000여 개의 비밀 계좌를 운영해 왔다고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가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OCCRP는...
엘리자베스 2세(95) 영국 여왕이 6일(현지시각) 재위 70주년을 맞았다. 영국 군주로는 사상 최초, 근·현대 세계사를 통틀어서도 4명에 불과한 대기록이다. 여왕은 이날 영국 국민과 영연방 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여러분이 변함없이 보여준 충성과 애정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4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해 4월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 총리실 직원들이 파티를 연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당시 영국은 필립공 사망을 슬퍼하는 추모 기간이었을 뿐만...
한국 입양아 출신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세 차례 장관을 지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코렐리아 캐피털 대표가 1일(현지 시각)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도뇌르 기사장(슈발리에)을...
크리스마스 메시지 절반 할애 “사랑하는 사람 잃은 슬픔에 동감”
25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사전 녹화한 TV 영상을 통해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왕 왼쪽에 놓인 사진은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 공과 2007년 결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019년 7월 집권 이래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내 신종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서 책임론이 거론되는 와중에 측근과 본인이 지난해 연말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겨가며 파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도덕성에...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킹즈 크로스역 앞. 행인 2~3명 중 한 명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영국은 지난 7월 ‘위드(with) 코로나’를 선언하며 실내 마스크 착용과 1m 거리 두기 등 코로나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그런데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적지 않았다....
서방 국가와 터키의 관계 더 악화되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미국 등 터키 주재 서방 10국 대사에 대해 사실상 추방 조치를 했다. 터키 반정부 인사에 대한 석방 요구를 했다는 이유다. 인권과 외교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쳐 온 터키와 서방 국가 간의 ‘불편한 관계’가...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