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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임시 둑’ 터진 오송 미호강물··· 3분새 지하차도 덮쳤다

청주=신정훈 기자 청주=조재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7-16 13:31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무슨 일이...
15일 폭우로 인해 침수되는 충북 청주시 오송궁평지하차도 ./충북도
15일 폭우로 인해 침수되는 충북 청주시 오송궁평지하차도 ./충북도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에 발생했다. 인근 미호천교의 제방 일부가 무너지면서 하천 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궁평2지하차도는 길이 430m, 높이 4.5m, 편도 2차로로 평소 30초에서 1분이면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갑자기 쏟아져 내린 물에 이곳을 지나던 차량은 속수무책으로 갇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에 9명은 구조됐지만, 31세 남성 1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고립된 인명 구조를 위해 1분당 3만ℓ를 배수할 수 있는 대용량 방사 시스템을 투입해 지하차도 배수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계속된 비와 하천 물 유입으로 구조에 난항을 겪었다. 청주시와 소방 당국은 미호강 제방을 복구하면서 밤새 지하차도 배수 작업을 벌였다. 16일 오전 4시 33분쯤 물에 잠긴 버스의 형체가 처음 확인됐고, 수색에 나선 소방 당국은 버스에서 시신 5구를 발견했다.

사망자 가족과 지인들은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관들이 홍수경보가 났지만, 교통 통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사고라는 것이다. 국가하천인 미호강의 홍수 관리는 금강홍수통제소가 한다. 통제소는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4시 10분 미호강에 홍수경보를 발령하고 충북도와 청주시 등 76곳에 통보문을 보냈고, 각 기관 담당자에게도 문자를 발송했다. 오전 6시 30분쯤 ‘심각’ 수위를 넘어서 수위가 9.2m에 다다르자 금강홍수통제소는 6시 34분쯤 유선전화로 흥덕구청에 교통 통제 및 주민 대피 등 필요성을 통보했다. 하지만 흥덕구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흥덕구청 관계자는 사고 직후 본지 통화에서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아무런 연락도 받은 적 없다”고 했다가 이튿날 통보받은 사실이 있다고 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계획 수위에 도달했으니 주민 대피와 같은 주민 통제를 담은 지자체 매뉴얼에 따라서 조치를 해달라’는 말은 들었다”며 “하지만 교통을 통제하라는 말은 없었다”고 했다.

금강홍수통제소 측은 “통제라는 것이 교통 통제를 비롯한 주민 안전을 위한 통제라는 것인데 왜 그렇게 해석하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도로 통제를 담당하는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홍수경보가 내려지긴 했지만 통제할 수준은 아니었다”며 “호우경보가 내려져도 바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고, 지하차도 안에 배수펌프 4대가 있어 도로에 물이 고이는 상황을 보면서 통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꺼번에 흘러들어 온 물 6만t을 배수펌프는 감당하지 못했다. 전기 시설이 물에 잠겨 배수펌프는 작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하차도 입구와 미호천교는 직선거리로 600m 정도에, 제방과는 200여m였다. 이곳은 인근 논밭보다도 지대가 낮아 침수 사고가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사고를 유발한 제방도 애초 부실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는 청주 시내와 오송을 잇는 미호천교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임시로 쌓은 제방이 유실됐다.

궁평1리 전 이장 장찬교(68)씨는 사고 발생 1시간 전 미호천교 공사 현장을 찾았다가 근로자 3~4명이 굴착기를 동원에 제방에 모래를 쌓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는 “현장 감리단장에게 ‘장난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쌓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30분 넘게 항의했다”고 했다. 이런 내용을 119 신고까지 했다고 한다. 30분 뒤 다시 현장을 찾은 장씨는 가교 밑에 임시로 쌓은 둑에서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을 목격했고, 강물은 둑 끝까지 가득 차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사 주체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지난 7일 이미 모래 다지기 방법으로 기존 둑보다 1m 높게 제방을 높였다”며 “당일 비가 많이 와 더 안전하게 보강 작업을 했을 뿐인데 많은 양의 비에 하천 물이 넘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현장 감리단장은 물이 넘치자 112에 교통 통제를 요구하는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 측은 “행복청에서 관련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고, 민원 전화가 많아 관할 구청에 조처할 것을 요구했다”며 “관련된 사실은 추후 경찰 조사가 이루어지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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